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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정치부 차장
지방의회가 소란스럽다. 임기를 2년씩 나눠 전·후반기로 운영되는 데, 요즘 새로 원 구성 작업 중이거나 원 구성을 마치면서 생긴 잡음이 정리되지 않아서다. 사례로 보자면 어느 시의회에선 현직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내 시의원을 의장으로 만들기 위해 시의회 의원총회 현장을 지켜 빈축을 샀다. 또 어떤 국회의원은 시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돌려가며 누군가를 의장으로 '지명'해줬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다니다가 특정 시의원이 후반기 의장이 되면 좋겠다고 던진 가벼운 말 한마디가 실제 시의회 의장선거 결과로 이어지면서 지방의회의 위상이 꺾인 사례도 있다. 통상적으로 후반기 원 구성은 치열할 수 밖에 없다. 다음 선거에서 다시 시민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의원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빛내줄 자리가 필요하고, 재선에 뜻이 없다 하더라도 정치인으로서 화려한 경력으로 임기를 마무리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 불가피하게 발생한 잡음이라 하더라도 집 안에서 정리돼야 한다. 한집에 사는 가족끼리 정리돼야 할 문제를 조율 못하고 서로 반목하는 일은 벌어져서는 안된다. 또 친정 식구의 권위에 기대어 원하는 걸 얻겠다는 심보는 버려야 할 것이다.

자치분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힘을 얻고 있다. 현 지방의회는 임기 시작부터 닥쳐온 일본의 경제침략과 코로나19 등 여러 위기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대응책을 제시해 시민들로부터 그 기능을 인정받아서다. 하지만 스스로 권위를 무너뜨리고, 의원 간 반목만을 되풀이한다면 후반기 지방의회는 시작도 하기 전에 제 기능을 못하게 되지 않을까. 원하는 바를 얻되,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구성원을 통합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정치력을 돋보이게 하는 길이다. 시민들에게 그런 정치도 못하는 정치인을 배출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면 지방의회 무용론은 언제든지 다시 고개를 들 것이다.

/김성주 정치부 차장 k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