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1년이 지나서야 단체문자메시지 고작
선정 제안자 보상조치·이름표기 민원 접수
시간촉박 면피성 답변… '권리존중' 아쉬워

공모 성격, 선정 이후의 파급효과, 포상의 규모면에서 비교대상이 되기엔 역부족이지만 바탕에 흐르는 근본적인 문제에서는 동일한 작은 사건 하나를 독자들과 공유하려 한다.
근래에 필자는 인천 연수구청의 홈페이지를 통해 민원을 접수했다. 요즘 세상에 즉각적인 효과면에서 영향력이 크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도구가 된 민원. 게다가 '구청장에게 바란다'는 코너의 제목에 끌렸다. 민원 내용이 구청의 주무부서 소관을 넘어서 타 기관의 업무에 걸쳐 있는 것이었기에 칸막이 행정의 폐단을 극복할 수 있는 단체장의 의지 제고와 중재 역할을 기대했다.
지난해 3월 인천 연수구는 지역 곳곳의 구역과 숫자형 이름으로 불리던 27곳의 근린공원에 주민친화형 새 이름을 부여하자는 취지 아래 연수구민을 대상으로 '새로운 연수구 도시공원 새 명칭 제안'을 공모했다. 꼬박 1년이 지나고 올해 3월에서야 '도시공원 변경명칭 안내' 공고문을 구청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사업 자체가 잊힐 즈음 공원녹지과 담당자는 제안자들 전체를 대상으로 구청 홈페이지에서 결과를 확인하라는 단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예의 담당자가 개별 발신했다고 하는 문자메시지가 공중에서 분해되었던지, 공지사항을 모르고 지내오던 제안자 일부는 최근에서야 자신들의 명칭제안 선정 사실을 거주하는 아파트 전용 온라인 카페의 게시글을 통해서야 알게 되었다.
일의 선후를 살피게 된 필자는 최종 선정된 새 명칭의 제안자들에게 개별적 서면 통지 요구, 애초 공모내용에는 빠져있었다 하더라도 구청장 직권으로라도 제안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 필요성 제기, 각각 선정된 명칭 제안자들의 창작권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면에서 향후 설치하게 될 새 공원표지판에 명칭 제안자의 이름표기 요청 등의 후속 조치를 바라는 민원을 접수했다.
내용 중 필자가 특히 주목했던 부분은 주민의 명칭 제안이 갖는 창작의 권리에 대한 연수구청과 구청장의 변화된 의지를 묻는 것이었다.
일반 공개형으로 민원을 접수하고 1주일, 그 사이 두 차례 각각 다른 기관의 부서 담당자들로부터 면피성의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답변 마감일에 맞춰 공개된 답변은 실로 빤한 것이었다.
요약하면, 연수구청은 명칭 제안자들에게 홈페이지 전체 공지와 개별 문자 통지를 잘 이행했고 일부 누락된 사람들에겐 재안내할 것이며 제안자들에 대한 보상은 공모 요강에 없어서 불가하고, 공원 표지판에 제안자 이름을 표기하는 것은 일부 반대하는 제안자도 있어서 불가하다.
앞서 받았던 전화내용 중에는 현재 새 공원 표지판이 제작 단계에 있어서 시간상으로 제안자 이름을 표기할 수 없다는 변명도 있었다. 그리고 다시 1주일이 지나 민원에서 거론한 제안자 2인 앞으로 구청장 직인이 찍힌 명칭 선정 확인통지서 1장이 배송되었다.
공원에 제 이름을 찾아주자는 최초의 아이디어가 주민 한 사람의 발의에서 출발했고 그것을 흔쾌히 받아낸 구청장의 결단력에서 사업이 추진된 것이니만큼 이번 사안은 어떤 형식으로든 구청장의 직접적인 개입이 필요했다.
사업의 기획단계에서 미비했던 점은 보완하고도 남았을 1년의 시간이었음에도 주민의 아이디어 발의, 명칭제안 등 일련의 창작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고 존중하며 예우하는 기본 자세가 실종된 탓에 벌어진 일이다.
/전진삼 와이드AR 발행인·건축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