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양시의회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의 이메일에 붙여진 글귀다. 풀뿌리민주주의의 초석인 기초의원이 '정의'를 꿈꾼다는 데 반가웠지만 한편 씁쓸했다. 지금 안양시의회 민주당 의원 그 어느 누구도 정의를 말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안양시의회 의장 후보자 정견발표에서 이상한 낌새를 포착하고 취재를 시작했다. 수없이 전화를 돌리자 어느 순간 접촉한 취재원에게서 민주당 의원총회 일지가 도착했다. '투표용지 기명위치 배번'. 지방자치법에는 너무도 명확하게 의장과 부의장 선거는 '무기명 투표'할 것을 정하고 있었다. 잘못됐다. 당의 뜻과 다른 이탈표를 막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위법한 행태를 확인하자 묵과 할 수 없었다. 첫 보도에 민주당 의원의 실명이 있는 일지 사진을 내지 않은 것은 의원을 망신주기보다 문제가 시정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적어도 민주당에게 그 정도의 기대를 했다.
하지만 첫 보도 후 3주가 흐른 지금까지 민주당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간 야당과 시민들이 문제를 지적하고 바로 잡을 것을 요구했다. 보도에 따른 파장이 이어지자 한 의원은 기자에게 "(덕분에) 의회가 시끄러워졌다"고 했다. 사과 대신 지금까지 기자에게 들리는 얘기는 왜 보도했느냐는 원망이거나, 관행을 왜 우리만 갖고 그러느냐거나, 위법이 문제가 아니라 내부고발이 문제라는 등 전혀 본질에 닿지 못했다. 반성이나 사과 대신 의석 3분의 2를 차지한 민주당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259회 임시회를 진행하며 16개의 조례를 모두 통과시켰다. 선의의 지지를 배반하는 순간이었다.
여기 안양시의회 어디에도 정의는 없다. 모든 정의는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일반화를 싫어하지만 이것 외에 정의의 출발점이 어딘지 모르겠다. 진정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가는 사회'를 꿈꾼다면, 지금이라도 민주당 의원들이 정치인으로서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 표를 준 국민이 부끄러움에 고개 숙이지 않게 해 주길 바란다.
/권순정 지역사회부(안양·과천) 차장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