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시 홍보기획과 설동성 주무관
설동성 군포시 홍보기획과 주무관
지하철이다. 주변을 둘러봤다. 다들 스마트폰 삼매경(三昧境)에 빠져있다.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5초도 지나지 않아 나도 그렇게 됐다. 헛웃음이 나왔다. 10년 전만 해도 책이나 신문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스마트폰의 노예가 돼버렸다. 디지털 사회의 한 단면이다.

물건을 사고 결제할 때 현금을 내는 사람은 이제 별로 없을 것이다. 카드도 한물 갔다. 스마트폰이 대세인 듯하다. 이 정도는 기본이다. 웬만한 분야마다 디지털 산물(産物)들이 진을 치고 있다. 사람과 사람뿐 아니라 사람과 사물, 심지어 사물과 사물 간에도 적용된다. 어지러울 정도다. 하지만 인간의 삶은 편리해졌다.

디지털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푸대접을 받는다. 필자도 기계치에다가 디지털과는 거리가 먼 아날로그형이다. 이 때문에 동료 공직자들로부터 수시로 핀잔(?)을 듣는다. 이러다 문맹자 취급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디지털은 인류사회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대면접촉이 대폭 줄어들고 비대면 온라인 접촉이 대체재로 자리 잡으면서 디지털 활용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화상접촉을 위한 각종 앱 개발과 온라인 구매 증가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가 디지털 확산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디지털이 인간사회에 혜택만 줄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인간의 문명이기(文明利器)에 긍정과 부정이 함께 있듯이, 디지털에도 명암(明暗)이 공존한다. 명(明)은 앞에서 다뤘으므로 언급하지 않겠다. 대표적인 암(暗)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분탕질하는 악플이다.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디지털을 악용한 원격 사생활 침해도 있다. 암호화폐로 큰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디지털 사회의 부작용을 예방하고 최소화하는 일에 소홀히 할 수 없다.

인류 문명은 돌 깨기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구석기혁명이다. 이후 농업혁명, 산업혁명을 거쳐 정보화혁명 단계에 이르렀다. 핵심은 디지털이다. 인간은 삶의 편의를 위해 디지털화를 추구해 왔고, 추구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디지털 진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전문가들 간에도 견해가 엇갈린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필요한 것 같다. 디지털을 통제하는 인간의 '지혜(智慧)'다. 지식(知識)보다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스라엘 출신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교수는 저서 '호모데우스'에서 이렇게 역설했다. "인류는 지금 전례 없는 기술의 힘에 접근하고 있지만, 그것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현명한 선택이 가져올 혜택은 어마어마한 반면, 현명하지 못한 결정의 대가는 인류 자체를 소멸에 이르게 할 것이다. 현명한 선택을 하느냐 마느냐는 우리 인간에게 달려있다." 코로나19로 날개를 단 디지털화가 본래 목적대로 인간에게 혜택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재앙으로 변질할지는 인간 스스로의 몫이다.

무풍질주 디지털화의 흐름을 복기하면서 잠시 숨 고르기를 해보자. 디지털 사회의 보완을 위해 복고풍 아날로그 문화를 살짝 차용하면 어떨까. 더 나아가 자연을 활용해보자. 18세기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루소는 '에밀'에서 인간 문명을 비판하면서 "자연이 가르치는 대로 따라가라"고 했다.

이번 주말에는 집에서 스마트폰에 매달려있는 자녀들을 데리고 자연으로 나가보면 어떨까. 수리산이든 초막골이든 철쭉공원이든 군포가 자랑하는 자연친화적 공간에 나가 보자. 스마트폰이니 디지털이니 하는 것은 잠시 잊고 루소의 가르침대로 재충전을 해보자. 자연과 대화를 해보자. 디지털 사회에 자연의 숨결과 인간미를 보태줄지도 모르겠다. 내려오는 길에 공원 내 카페에 들러 라떼 한잔하면서 베토벤이 자연을 묘사한 교향곡 6번 전원을 감상하면 금상첨화겠다.

/설동성 군포시 홍보기획과 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