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패턴 변화·코로나등 여파 매출액 '뚝'
정부·지자체 회생노력 불구 여전히 '허덕'
기업·관공서·개인 '막강한 소비자힘' 필요

부곡도깨비시장은 의왕시에 하나뿐인 전통시장으로, 지하철 1호선 의왕역 앞 삼거리에서 이어지는 부곡시장길 구간 300m에 걸쳐 입지해 있다. 다양한 먹거리와 지역주민의 생활편의를 위한 필수품 등 일상에 필요한 모든 소비활동을 주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1980년대부터 하나 둘씩 자연적으로 형성된 시장이다.
의왕역을 지나 도깨비시장으로 가는 길 입구에 파란 샅바를 허리춤에 둘러찬 귀엽고 깜찍한 도깨비의 안내를 따라 동네 만두 맛집으로 이름난 곰만두에서 요기를 때웠다. 곰만두 사장님의 넉넉한 손에서 빚어낸 입안 가득 퍼지는 왕만두의 맛에서 옛날 어머님의 손맛이 느껴진다. 시골집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올라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먹는 그런 느낌이랄까? 부드러우면서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만족스런 식사 후 골목을 걷다 보니 사과, 배, 곶감 등 우리 곁에 친숙한 과일들이 차곡차곡 과일바구니와 박스에 담겨 있다. 올해 유난히 길었던 장마로 일조량이 부족해 혹시 맛이 없지 않을까 하는 기우도 있었지만, 좋은 품질의 과일을 손님에게 내놓기 위해 사장님께서 매일 아침 직접 현지에서 공수해 온다 하니 믿음이 간다. 찬거리 마련에도 안성맞춤이다. 시간이 바쁘다거나 요리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반찬가게가 있다. 아련한 집밥의 맛이 느껴지는 반찬들은 한번 구입해서 맛을 보면 다시금 찾을 수밖에 없는 매력에 빠지게 된다. 부곡도깨비시장에는 맷돌을 사용해 두부를 직접 만드는 두부가게도 있다. 시중에 파는 두부보다 더 깊고 진한 콩 본연의 맛이 살아있고, 순하고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도깨비시장에는 먹거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생필품 가게들과 옷 가게도 있다. 분명한 건 백화점이나 마트보다 저렴한 가격대가 주를 이루고 있기에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기도에는 부곡도깨비시장과 같은 전통시장 250개소가 있다. 4만여 점포에 6만9천명이 일하고 있는 전통시장은 그야말로 '일자리의 보고'이자 도민의 생계를 지탱하는 서민경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 대형마트의 높은 점유율 등 소비 패턴의 변화에 올해는 코로나19, 역대급 긴장마, 폭염, 태풍 등까지 겹쳐 전통시장 매출액이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가뜩이나 허덕이는 지역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이러한 전통시장의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정부는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온누리상품권 할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완화하며 올 추석 연휴 기간까지 한시적으로 농·축·수산물과 농·축·수산가공품의 선물 상한액을 종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했다. 경기도의회와 경기도 또한 지난 9일 추석 경기를 살리기 위해 9월18일부터 11월27일까지 20만원을 충전하면, 25만원의 값어치를 사용할 수 있는 역대급 25% 인센티브 혜택의 한정판 지역화폐 소비지원금 지급에 맞손을 잡았다.
이처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통시장 활성화에 노력을 배가하고 있지만 골목상권을 회생하는데 아직도 힘이 부족하다. 소비자들의 막강한 힘이 필요하다. 기업, 관공서, 개인 구분없이 모두가 전통시장에서 대규모 소비촉진의 마중물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어느덧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목전에 와 있다. 우리의 삶과 정이 흠뻑 담겨있는 시장에 앞으로도 더 많은 분들이 찾아 전통시장 상인들과 도민 모두 넉넉하고 따뜻한 중추가절을 보내길 소망해본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박근철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