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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 인천소방학교 구급훈련교수 /인천소방본부 제공
우리는 119구급차가 출동할 때마다 막힌 도로 위에 있는 차들이 양보하면서 길이 열리는 '모세의 기적'을 자주 경험한다. 119구급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매우 좋다 보니, 그에 맞춰 구급 서비스 또한 최상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에 반해 사설 구급차에 대한 불신의 벽은 여전히 높다. 지난 7월 서울 강동구에서 택시기사가 구급차를 방해한 사건도 사설 구급차 운전자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구급대원으로서 오랜 기간 현장을 뛰어왔던 필자는 이 같은 불신이 시작된 이유를 2가지 정도 들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사설 구급차의 인력부족에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8 응급의료통계연보'를 살펴보면 119구급대 1대당 응급구조사·의료인 수는 7.12명이지만 사설 구급차는 1.25명에 그친다. 부족한 인력은 응급의료 전문성의 약화를 초래해 이송 중 발생하는 위급 상황에 대처하는 데 어렵게 한다.

두 번째는 거리에 따라 요금이 증가하는 유료 이송 체계와 좁은 활동 영역이다. 비용 부담을 느끼는 시민들은 사설 구급차를 이용하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다. 이용률이 저조하면 곧 낮은 수익으로 이어지고 결국 탑승 의료 인력 부족으로 연결된다. 이와 함께 사설 구급차의 수익 창출은 대부분 타 시·도 장거리 이송과 단순 병원 입원을 위한 이송 등 한정된 영역에 집중돼 있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좋은 방안은 무엇일까? 사회·정치적 관점에서 논의돼야 할 사안이나 우선 국가 재정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 시내버스의 운영사례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버스 회사에선 이용 손님이 줄어들자 버스 운행노선을 폐지했다. 이에 당국은 국민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시내버스에 대한 지원을 했다. 사설 구급차 또한 공공 의료서비스 확대 차원에서 일정 부분 지원을 하게 된다면 이송 요금 인하와 의료기관 간 이송, 단순진료를 위한 비응급환자 이송 등 활용 방안이 확대될 것이다. 또 구급차 내 응급구조사의 상시적인 탑승이 가능해져 이송 중 발생하는 위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와 함께 사설 구급차의 활동 영역을 설정하기 위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119구급대는 긴급·응급환자의 이송 영역을 담당하고 비응급환자 이송과 1차 진료·처치가 이뤄진 환자의 의료기관 간 재이송 등은 사설 구급차가 전문적으로 맡아 활동하는 것이다. 119구급대의 손길이 미치기 힘든 영역을 사설 구급차가 역할을 한다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선호 인천소방학교 구급훈련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