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탑승하는게 예의"
일반석 맨뒤 착석 소탈함에 '깜짝'
특권 내세우지 않고 낮은 자세로
국민 살피면 어려운 시기 극복 가능

뜻하지 않게 우리나라 장관님을 마주치고 나니 십여 년 전 중국 선양에서 만났던 북한 대사 생각이 떠올랐다.
2007년 나는 한국 적십자사 일행들과 평양 적십자병원을 방문하기 위해 중국 선양 공항에서 평양행 고려항공 비행기를 타려고 대기하고 있었다.
당시 공항에는 6자회담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가는 송일호 북한 외무성 북·일 국교정상화 담당대사에게 회담 결과를 듣기 위한 기자들로 북적이고, 방송에서는 고려항공이 두어 시간 뒤에 출발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마침 공항 대기석에 송일호 대사가 수행원도 없이 혼자 앉아 계시기에 나와 동행하여 평양에 가는 일행들과 함께 인사를 나누었다.
"무슨 일로 평양을 가느냐?"는 대사의 물음에 평양 적십자병원에 방문하러 간다고 하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두어 시간이 금세 지났다. 그리고 탑승시간이 다 되어 함께 비행기를 타기 위해 탑승구로 나섰다.
우리나라 같으면 당연히 맨 처음 VIP석에 장관 등이 오르고 일반인들은 그 뒤에 차례차례 오르는 것이 상례인데 송일호 대사는 맨 뒷줄에 서서 마지막까지 비행기 트랩을 오르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서는 정부의 VIP들은 먼저 비행기에 오르는데 왜 먼저 타시지 않느냐고 말씀드리니 빙그레 웃으면서 우리 공화국을 방문하시는 손님들이 다 오르신 후에 본인은 비행기에 타는 것이 손님을 모시는 예의라며 결국 마지막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는 VIP석이 아닌 일반석 맨 뒤 좌석에 자리 잡고 앉았다.
전 세계에 독재국가라고 알려진 북한에서는 지도자들의 특권의식이 대단할 것 같은데 막상 직접 만난 북한대사의 소탈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북한 지도자들의 이런 솔선수범이야말로 여러 난관 속에서도 북한이란 나라가 유지될 수 있는 힘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저렇게 겸손하고 낮은 자세의 봉사 태도가 오랫동안 중요한 임무를 맡아 하면서 직을 유지하는 비결이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북한은 신상필벌(信賞必罰)이 엄격히 시행되고 있고,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중국과의 통로가 차단되어 전 인민들이 생필품의 품귀로 여러 가지 여건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의 지도자들은 어려운 경제보다 인민의 건강을 우선한다는 당의 정책을 따르면서 고난의 시기보다 더 어려운 지금의 코로나19 위기를 견디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코로나로 어렵고 힘들더라도 북한 송일호 대사와 같은 마음으로 자신의 특권을 내세우지 않고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낮은 자세로 임한다면 국민은 잘 따르고 함께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정현 북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