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적인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올 초만 해도 이야기되던 '포스트(Post) 코로나' 논의가 최근에는 '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 대한 고민들로 채워지고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위드 코로나 시대, 남북협력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다.
2020년 들어 북한은 심각한 삼중고를 경험하고 있다. 첫째는 전세계적인 코로나19 위기, 두 번째는 강력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그리고 세번째는 올 가을 북한을 강타한 태풍의 피해이다. 이러한 삼중고 속에서 북한은 내년 1월로 예정된 8차 당대회를 앞두고 태풍 피해 복구와 경제성과 달성을 목표로 내부 단속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북한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비상방역법'을 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방역법은 우리의 거리두기 단계와 비슷하게 전염병의 전파 속도와 위험성에 따라 비상방역등급을 1급, 특급, 초특급으로 구분하고, 단계별 적용대상과 조치사항을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과거 어려운 상황마다 '70일 전투', '100일 전투' 등 특유의 속도전 방식의 강제동원 전략을 취했듯, 지난 10월 5일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9차 정치국회의에서는 '80일 전투'를 선포하고 그 첫 번째 과업으로 방역체계와 질서를 확고히 견지할 것을 선언하였다.
물론 김정은 위원장은 2020년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한 명의 악성비루스 피해자"도 발생하지 않았음을 언급하였지만, 북한도 코로나19로 상당한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전해진다. 최근 「노동신문」은 주요국가들의 감염 실태와 그 심각성에 대해 계속적으로 보도하는 등 북한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에 더해 대북전단 살포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연평도해역 공무원 피격 사망사건 등 연이은 악재로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는 현 시점에서 남북협력을 이어갈 수 있는 계기는 무엇일까? 현재 정체상태에 있는 남북관계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분야는 바로 남북보건의료협력이다. 2018년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은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 방역 및 보건·의료분야 협력 강화를 약속한 바 있다.
최근 남북 정상은 직간접적으로 방역과 보건협력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남북 생명공동체를 강조하며 북한과 보건협력을 펼칠 뜻을 밝혔으며, 김정은 위원장 역시 올해 3월과 9월 문 대통령에게 두 차례 보낸 친서 모두에서 코로나 극복에 대한 응원을 담았다. 또한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도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에게 (코로나19)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굳건하게 손 맞잡길 기원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보건의료분야 남북교류협력을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들이 있을 것이다. 우선 국민적 지지의 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 북한과의 교류협력, 특히 북한을 지원하는 형태의 교류협력에 대해서는 그것이 인도적 성격이라도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남북관계라는 특성상 장기적으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에 바탕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한 종합적 고려이다. 대북제재 조치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남북간 보건의료협력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정책과의 조화이다.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위드코로나 시대 남북 보건의료 협력을 통해 남북관계의 실마리를 다시 풀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권숙도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