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경륜·자격 갖춘 지혜로운 관리자 필요
위기극복 위해 교육청이 과감한 결단 내려야
내사람 챙기기보다 '교육본질 회복'이 우선

그렇다면 이러한 위기의 시대에 맞는 관리자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요즈음과 같이 당장 내일을 예측하지 못하는 혼란의 시대에는 지식보다는 지혜가 중요한 것 같다. 지혜는 어디에서 오는가? 바로 경험에서 오는 것이다. 혹자는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절에 무슨 경험이냐고 하겠지만 실상 지혜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폭넓고 다양한 경험이야말로 지혜를 만드는 자양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똑같지는 않지만 유사한 경험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적절하게 대처했던 경험 속에서 대안을 유추해 내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을 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현장은 급변하는 코로나 상황에 맞추어 적절한 교육과정의 구성, 학년·학급 단위 수업의 효율성에 대한 평가, 학생 관리 및 방역, 기타 일반적 업무 등 산재해 있는 문제를 시의 적절하게 대응하고 해결하는 안목을 가진 관리자가 필요하다. 이런 지휘를 맡는 사람이 학교장이라는 중책일 것이다. 학교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강조되는 요즈음 학교장의 능력은 그 빛이 톡톡히 발휘될 것이다.
다년간 학교현장에서 담임교사로, 부장교사로서 학교 업무의 최일선에 서서 노력한 경험, 연구학교 근무경력, 개인 연구 등 수업 능력 개선을 위해 노력했던 경험, 도서 벽지 등 어려운 환경에서 학생들을 지도했던 경험 등 승진 규정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 성실히 노력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한 관리자들이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누구보다도 뛰어날 것임은 자명하다. 따라서 요즘처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코로나19 위기시대에는 변화보다는 현재의 상황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도록 방어하는 안정적 대책이 더 중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검증된 자격이 필요하다. 학교라는 유기체의 속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관리자가 되어야 이 위기를 극복할 지혜를 발휘할 것이다. 관리자를 임명하는 교육청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이유이다.
내년 3월 인사를 대비하여 곧 교장공모제와 관련한 공문이 시행될 것이다. 인사규정에는 교장 결원의 3분의1~3분의2 범위에서, 그리고 내부형 중 무자격 교장 비율을 50% 범위 내에서 유지하도록 되어 있다. 규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위기 상황이다. 이러한 때에도 규정에 얽매여서 개방형 공모제 교장을 꼭 선발해야 하는지 재고해 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하더라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이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준비된 관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오랜 시간 학교 현장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면서 학교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최선을 다해 처리해본 경험을 가진 지혜로운 관리자가 필요하다. 학교 현장의 안정적인 교육활동을 위해서 지금은 무엇보다도 오랜 경륜과 자격을 가진 교장선생님을 필요로 할 것이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관리자로서의 능력을 과연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은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쉽게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도 인천시교육청이 교장, 교감 비위나 맞추고 아부하는 사람이 승진한다는 구시대적 발상을 갖고 있지 않다면, 교원 승진의 과정이 개인의 노력과 희생을 통해 얻은 값진 자격이라는 점에 공감한다면 이번 인사에서는 위기 극복을 위한 교육청의 과감한 결단을 보여 줄 때라고 생각한다. 내 사람 챙기기, 진영논리보다는 '교육의 본질 회복이 먼저다'라는 말에 귀 기울여 주기 바란다. 자격이란 거저 얻는 것이 아니라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성실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이런 시기에도 무자격교장을 고집한다면 우린 교육청의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대형 인천광역시교원단체총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