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_증명사진
김성원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노조위원장
새벽부터 집행부 단톡방에 메시지가 올라온다. 긴 단체협상을 마무리 짓고 한동안 조용했는데 요새 또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업무도 해야 하고 조합 일도 봐야 하니 내 출근시간은 늘 여섯시 전후다. 오늘 출근길엔 메시지를 보다 사고가 날 뻔했다. 5분 발언이나 보도자료가 아니다. '북부 출신 도의원 명의의 기관 이전 요청'.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했다. "해도 해도 너무들 한다."

우리 기관만 보자. 지난 2017년 1월 1일자로 2개 기관이 통합됐다. 직원 누구도 통합을 원하지 않았다. 뭣 모르고 열심히 일한 직원들은 갑자기 생경한 간판을 단 회사 직원이 됐다. 처음엔 별의별 일을 갖고 얼마나 다퉜는지 지금도 아찔하다. 대통령께서 인천국제공항공사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말씀하신 후엔 그 파급효과가 미쳤다. 무기계약직 86명이 전환됐고 이듬해 시설운영직 250여명이 전환됐다. 550명이나 되는 대식구가 됐지만 합치라, 전환하라 말한 사람 중 누구도 잘 합쳐지고 있는지, 잘 적응되고 있는지, 인건비는 부족하지 않은지 물어보는 사람이 없다. 알아서 하란다. 막상 사업장에서 직원들이 겪는 고통, 어려움 따윈 관심도 없다. 민간에서 단기간에 이만한 충격을 받으면 그 회사는 대부분 망한다. 그래놓고 정치인들은 자기네들이 훌륭한 일을 했다는 듯이 떠들어댄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서 언제나처럼 우리가, 노동자 스스로가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식구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툰다.

그런 판에 또 뉴스가 나온다. 공공기관이니까. 희생도 해야 하고 책임도 져야 하는 건 알겠다. 정치인들이 임원으로 막 내려오고 온갖 이유로 말도 안 되는 정책을 하라고 해도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다. 이건 좀 선을 많이 넘는다. 우리 기관은 이미 양주, 포천 등 북부를 비롯해 권역별 센터에 시군별 벤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광교와 판교에 건물을 일곱 개나 운영하느라 미화, 보안, 시설관리 등 이번에 전환된 시설운영직이 250명이나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또 어떻게 해야 하나? 가뜩이나 전환된 인원들의 관리문제로 여러 사람들의 머리가 지끈거리고 있다.

이전 대상이 된 기관들은 어떤가? 생긴 지 1년도 되지 않은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은 갑질사건, 모지역과 대학 출신 파벌이며 채용비리로 안 그래도 엉망이었다. 양평으로 이전이 확정된 후 이어진 기간제근로자들과 무기계약직의 사표 행렬은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다. 정규직이 사표를 냈다는 얘기도 들린다. 도 출신 공무원들이 기관 안정화를 명분으로 생긴 지 5년이 다 되도록 팀장 자리까지 채우고 있던 게 경기도일자리재단이다. 간신히 독립적 운영으로 대민서비스 역량을 쌓을 준비를 했는데 또 외풍을 맞는다. 이전 결정 과정에서 누구도 노동자들에게 그 무엇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 그냥 가란다. 부천에 터 잡은 일자리재단 직원들은 살아야 할 집, 아이 교육, 이사 비용까지 고민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상권진흥원도 마찬가지다. 가고 나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무책임할 거다. 왜 우리는 공공기관 직원이란 이유만으로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무슨 무슨 의원 '전화 한 통화' 거절한 탓에 경찰서며 검찰청에 끌려다닌 적이 있다. 당신들이 우리 공공기관과 직원들을 우습게 여긴다는 건 잘 안다. 그래서 혹시 모르실까 알려드린다. 공공기관을 작동시키는 건, 피와 살을 가진 사람, 당신들과 똑같은 삶의 무게를 짊어진 사람이고 표를 가진 주권자 시민이다. 여기 근무하는 노동자도 가족이 있고 자식이 있고 투표를 한다. 25년간 터 잡고 살았던 사람들이 정치인들 한두 마디에 왜 짐을 쌀 걱정을 해야 하나. 왜 정치인들의 정치캠페인 따위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불안해 해야 하나. 왜들 이토록 노동자들을,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건가. 한 명 한 명 노동자의 구체적인 삶도 똑같이 소중하고 무겁다는 걸 정녕 모르시나. 빼기의 정치가 공정인가. 경기 남부와 북부의 갈등이라도 유발하고 싶은 건가. 제발 적당히 좀 하셔라.

/김성원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노조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