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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저물도록 너, 어디있었니' 작품을 위해 모인 정복근 작가, 한태숙 연출가, 손숙 배우. /경기아트센터 제공

'삶의 연륜 모두 더하면 220년. 연극계 경력 150년'.

연륜과 풍부한 경력의 연극계 세 거장이 뭉쳤다. 오는 19~29일까지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리는 '2020 경기아트센터 레퍼토리 시즌-연극 '저물도록 너, 어디있었니''라는 작품을 위해 모인 것이다.

이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시대에 대한 서늘한 문제의식, 거침없고 예리한 필력의 소유자' 정복근(74) 극작가를 비롯 '인간의 내면과 사회에 대한 까다로운 시선'을 만들어내는 한태숙(70) 연출가, '수식어가 필요없는 무대 위의 신화 배우' 손숙(76) 배우가 바로 주인공이다.

이들의 연륜은 220년. 게다가 이들의 연극계 경력 또한 150년에 가깝다. 이들의 합이 빚어낸 작품 '저물도록 너, 어디있었니'는 현재 연습이 한창 진행 중이다. 대단한 경륜의 세 거장이 만들어가는 경기도극단의 무대 위 호흡도 뛰어나다. 경기도극단 내 주요배역은 박현숙, 한범희, 윤재웅, 육세진, 노민혁 배우가 맡았다. '밀도 높은 앙상블'을 자랑하는 경기도극단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이들 5명의 배우뿐 아니라 총 18명의 경기도극단 배우들 그리고 안무가이면서도 작품에 직접 출연하는 이경은 안무가 또한 극의 온도를 높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경기도아트센터는 경기도극단 11월 신작 '저물도록 너 어디있었니'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태숙 연출가, 손숙 배우, 정복근 작가가 경기도극단 분장실에서 관계자들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 연출가는 "경기도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이다. 관객들을 잘 모르지만 공연을 재밌게 만들었다. 걱정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연습과정을 겪어보니까 경쟁력 있는 배우가 있고 해볼 만하다는 것도 느끼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번 공연에 대해 한 연출가는 "예술 감독이니까 늘 쉬지 않고 극단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워딩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어떻게 해야 관객이 더 개발되고 배우를 개발할지 그런 고민을 한다. 욕심으로는 경기도 도민뿐만 아니라 서울 관객도 끌어들이는 공연을 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손숙 배우는 "저 같은 경우 사전정보가 없었는데 한 감독님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그래서 프러포즈 받고 작품도 안 봤다. 한태숙만 보고 오케이 했다. 여기에 와서 깜짝 놀랐다. 도립에 이렇게 배우가 많고 이렇게 훈련이 잘된 배우가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 연출가와 손숙 배우의 재결합은 20년 만이다. 지난해에도 함께하려 했지만 코로나19로 하지 못했다.

정 작가는 이번 작품 소개에 대해 "이 작품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해방 직후부터 지금까지 사회적 갈등은 사상이나, 진보네 보수네 이런 게 전부였다"며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오랜 진영논리의 대립으로 인해 수많은 갈등이 존재했다. 과연 우리가 와있는 이 자리는 올만한 자리인가, 진영논리라는 것이 정말 서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가치가 있는가를 물러서서 바라보자 라는 생각도 들었다. 글을 쓰면서 특정한 방향으로 쓰자라는 것은 없고 쓰다 보면 이렇게 썼었구나 하고 놀랄 때가 있긴 하다. 이번에도 그런 게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밝혔다.

정 작가는 세월호에 대해 "세월호도 너무 최근이라 약간 줄였는데 세월호 사건은 사고였고, 내막은 안 밝혀졌으니 뭐라고는 못하겠다. 사고는 항상 있을 수 있다. 어느 정권의 잘잘못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을 처리하는 태도나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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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저물도록 너, 어디있었니' 작품을 위해 모인 정복근 작가, 한태숙 연출가, 손숙 배우. /경기아트센터 제공

작품의 시대 상황에 대해 정 작가는 "제가 잘 쓰는 방식인데, 시대를 뒤섞어서 쓸 때가 있다. 현실적인 부분하고 지하련을 떠올리게 되는 부분의 사이가 해방 직후고, 현장에서 주인공 부부가 갈등하는 부분은 17년, 15년 그 정도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경기도 극단도 온라인으로 보여주기도 했고 여러 상황이 있었는데 이런 시기에 연극을 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 손숙 배우는 "공연장이 내 생각에는 그렇게 위험한 장소 같진 않다. 물론 조심해야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마음은 공허하고 힘들다. 위로받을 수 있는 게 필요하고, 공연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 연출가는 "관객도 그렇지만 공연자들도 많이 굶었다. 극단배우들도 우리가 첫 작품을 못하고 보냈을 때 그런 게 허기가 져서 잘 채우고 싶어하는 그런 심리도 있다"고 답했다.

이번 작품은 소품이나 장치 없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연출가는 "세대를 넘어선 바람, 정치적 바람이든 아니면 어떤 시대의 고유한 강풍이든 그런 바람을 배우들에게 체화돼서 나타내는 게 첫 번째 바람이다"며 "가정 사안에서 부부간 갈등, 큰 시대에서 갈등에 앞서 부부간의 첨예한 정치적 갈등이 잘 나타나고 날카롭게 표현돼서 전체를 파악하는 눈으로 잘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후배들이나 관객들에게 대해 손숙 배우는 "그냥 와서 보면 된다. 관객들한테 꼭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관객이 100명 오면 다 생각이 다른데, 와서 보고 뭘 느끼기만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경기도 극단 단원인 윤재웅 배우는 "4월부터 원래 파묻힌 아이를 준비했었다. 그런데 연기가 되고 9월에 하려고 하다가 또 못하게 됐는데 그때도 굉장히 어려웠다"면서 "이번에는 어렵게 시작된 만큼 뜨거운 가슴으로 준비하고 어렵지만 의미를 잘 담아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 감독님은 정말 어른이신데, 중심을 너무 잘 잡아주셔서 항상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저물도록, 어 어디있었니' 공연은 오는 19~29일까지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10회 열린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