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역사 이젠 제도·시스템 완비를
거액예산 단 15일심사 전문성 필요
공무원 순환 누가 제대로 일하겠나

초선지원 등 사무·조직 독립성 급해
면적 감안 부족 의원정수 조정까지


전진선의장 명함사진
전진선 양평군의회 의장
요즘도 끊임없이 지방의회의 폐단이 중앙언론으로부터 지방언론에 이르기까지 기사에 등장하고 있다. 하루도 쉼 없이 그 폐단이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어느덧 지방자치 30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그 역할과 공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후반기 양평군의회 의장으로서 그 고민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기초의회가 없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반문해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필자가 경찰서장을 하면서 겪었던 일을 회상해 본다.

경찰에서는 감찰조직을 필요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렇게 운영해 보았다. 감찰이 부지런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어쩌면 조직의 메기론에 비유한다. 활력을 주고 일탈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군의회도 이런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럼 이런 역할을 하기에 지금의 여건으로 가능한가. 그래서 지난 2년간 군의원으로서 경험을 통해 그 대안을 적어 본다. 우선 지방의원 개인에 대한 전문성 확보다. 혹자는 옛날에 우리는 무보수 봉사로 의정활동을 했다고 무용담을 말씀하신다.

금년도 우리 군의 1년 예산이 9천억원이다. 머지않아 1조원시대가 될 것 같다. 이 많은 예산을 심사하여 의결해야 하는 의원의 활동이 봉사라는 단어로 적당할까. 전문가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우리 군의 의원은 7명에 불과하다. 예산서를 점검하고 확인할 시간은 11월 15일부터 30일까지, 12월 2차 정례회 개회 전 15일간이다. 가능하겠는가. 전임 직장에서 예산을 수립하고 예산부서와 국회에서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해 본 필자로서도 벅찬 일이다.

예산서뿐인가. 군정질문과 행정감사도 마찬가지다. 의원이 혼자서 공무원이 조치한 행정을 찾아 현장확인하고 이를 글로써 정리하여 문제점을 제시하고 공무원들에게 시정을 요구하는 질문과 질책으로 이어지는 의정활동이 전문성 없이 가능하겠는가.

두 번째로 의회사무과 조직의 독립성이다. 의원은 4년에 한 번씩 선거를 통해 교체된다. 특히 우리 군의 경우 두 개의 선거구에서 선거가 치러지며 초선 의원이 많은 편이다. 지방의회의 성격상 준비된 의원을 찾기가 힘들다. 이러한 초선의원을 지원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시스템으로는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의 의회사무과 직원들은 적어도 2년에 한 번씩은 집행부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 군의 경우도 전문직인 속기업무를 제외하면 절반 이상의 직원이 바뀌었다. 집행부로 돌아가야 하는 공무원이 의회에 근무하는 동안 의원들을 위해 아니 의회를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어느 공무원이 감히 돌아갈 조직의 비위와 잘못된 행정의 자료를 의원에게 제공하며 의회 발전을 꾀하겠는가.

셋째로 일할 수 있는 만큼의 의원 정수 조정이다. 우리 군은 12개 읍면에 면적은 서울시의 1.5배라는 사실을 기이 알고 있다. 인구 또한 12만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선주민과 후주민의 비율도 이미 후주민이 절반을 넘어간다고 한다. 필자는 경찰서장 시절에 '시골주민도 치안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기고를 통해 면적에 비례하는 농촌지역의 경찰관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여 최근에는 경찰관의 정원이 급증한 바 있다.

군민이 인정해주는 의회의 제대로 된 역할을 위해서는 인구수에 한정하지 말고 면적도 고려해 의원 정수를 조정해야 한다. 군민들이 의원들의 활동을 체감하고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것은 결과이다. 의회가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올바른 견제와 감시를 위해서는 적정한 수의 의원이 확보될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은가.

최근 국회에서는 지방자치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한다. 그리고 각당에서는 지방자치위원회를 두고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현실이 법에 반영돼야 한다. 이제 30세의 청장년으로 성장한 지방의회의 자리매김이 필요한 때다. 무늬만 의회가 아니고 자질을 갖춘 의원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이 필요한 때이다. 군민 여러분의 삶에 보탬이 되는 지방자치의 시대를 기대한다.

/전진선 양평군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