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공공택지 지정되며 없어져
'골목잡지 사이다' 아카이빙 활동
도심속 농촌 주민 일상 추억 보존
■ 이제 안녕, 도룡마을┃골목잡지 사이다 글. (주)더페이퍼 펴냄. 352쪽. 2만원

의왕시 월암동 도룡마을은 지난 2018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돼 없어진 마을이다. 골목잡지 사이다는 지난 겨울부터 여름 내내 마을을 오가며 주민들이 기억하는 도룡마을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도룡마을은 대부분 주민이 농사를 짓고 살아온 도심 속 농촌 마을이었다. 서로 아끼고 돌보는 '함께'의 가치가 살아있는 마을로 바쁜 농사철에는 품앗이로 고된 농사 일손을 나누고 상을 당하면 함께 상여를 멨던 사람들이었다. 중년층이라면 어릴 적 농촌 마을의 풍경을 다시 끄집어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는 마을주민들의 기억을 따라가다 보면 ▲도룡마을의 흙냄새와 꽃이 피고 지는 풍경 ▲일하고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모습 ▲함께 공동체를 이뤄 살아왔던 사람들의 마음을 함께 만날 수 있다.
특히 마을이 사라진다는 것은 500년 세월의 역사가 사라지는 일이고, 평생의 친구와 이웃이 사라지는 일이며 밥 먹고 숨 쉬고 걷던 모든 풍경이 사라지는 일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기획자는 "도룡마을이 품고 있는 역사, 책 속에 담긴 주민들 개개인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그들이 가진 소소한 일상의 추억을 함께 기억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한다.
또 골목잡지 사이다의 최서영 대표는 "기록되지 않는 기억은 사라진다. 마을의 기록은 지역의 역사가 된다"며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기억들의 애정이라고 표현했다.
한편 (주)더페이퍼는 지난 2012년 봄 수원 남수동을 시작으로 동네 문화의 부활과 소통을 위한 '골목잡지 사이다'를 발행하고 있다.
또 '피난민 이야기', '수여선', '도서관과 나' 경기도 메모리 작업을 진행하는 등 지역 아카이브 활동과 공공예술프로젝트 기획, 공공주택개발지구의 기록화 사업 및 지역 문화 콘텐츠 개발을 통해 사회적 공공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며 출판을 통한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고 있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