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 열악한 공공의료 인프라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가천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12월부터 약 4개월간 실시한 '인천적십자병원 운영 효율화 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인천의 주요 지역거점 공공병원인 인천적십자병원이 현재 상태로는 더 이상 지역거점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적십자병원은 인천지역 8개 공공의료기관 중 한 곳이다. 연구 용역 결과, 인천적십자병원은 부채가 368억원에 달하는 등 2016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이 같은 경영난과 맞물려 2018년에는 '종합병원'에서 '병원'으로 축소돼 응급실까지 문을 닫았다. 당연히 환자 진료실적도 크게 감소해 2016년 15만4천928명이었던 전체 환자 수가 2019년에는 10만8천279명으로 47.1%나 감소했다. 병상 이용률도 전국 적십자병원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인천의 부족한 공공의료 인프라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천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대비 공공의료기관 비율은 4.1%로, 전국 평균 공공의료기관 비율(5.5%)보다 낮다. 특히 인구 1천명 당 공공의료기관 병상 수도 전국 평균(1.20병상)에 한참 못 미치는 0.45병상에 불과하다. 인구 10만명 당 공공의료기관의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 수도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다. 이처럼 인구가 300만명에 달하는 도시로서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수치들에 더해 이번 연구 용역 결과까지 더해지며 인천의 공공의료 시스템이 또다시 도마에 오른 것이다.

공공의료는 복지의 척도다. 공공의료는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의료로, 선진국에서는 공공의료가 의료의 중심에 있다. 국내 코로나19 상황에서 주도적으로 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도 공공병원이다. 국내 발생 1호 코로나 환자를 치료한 인천의료원의 조승연 원장은 한 강연에서 "공공의료는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니라 백조"라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중요한 의료시스템은 민간이 차지하고, 공공의료는 민간이 하지 않은 부분을 하는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는 현실을 빗댄 것으로, 충분한 시설과 인력, 미래지향적 첨단병원, 권역별 협력체계 구축 등 공공의료분야의 과제를 제시하면서 한 말이다. 공공의료를 오리가 아닌 백조로 키우기 위해 인천시와 보건당국이 귀에 담아야 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