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26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한민국 코로나19 집단면역 일정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4월 말 300만명, 6월 말 1천200만명, 9월 말 3천600만명에게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해 11월 집단면역을 "반드시 이루도록 총력을 기울여나가겠다"고 밝힌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11월 집단면역 목표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백신 접종 이행 계획은 공표한 적이 없다.

정부가 이처럼 집단면역 이행계획을 공표한 자신감은 지난 주말 화이자 측과의 백신 2천만명 분 추가계약에 고무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추가계약으로 정부가 확보한 백신 총량은 9천900만명 분이다. 집단면역을 위한 접종 목표인 3천600만명의 3배 가까운 물량이고, 이 중 국제적으로 안전성이 공인된 화이자 백신만 3천300만명 분이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전 국민이 연내에 접종을 완료하고 3차 접종도 가능한 양이다. 이날 정부 담화로 백신 접종 지연으로 인한 국민 불안은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백신 문제의 본질은 계약을 통해 확보한 양보다 실제 도입된 양에 있다. 상반기 백신접종 계획이 뒤틀린 것도 확보량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수급 계획에 차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 등 선진국들의 자국 중심의 백신 사재기 현상으로 국제 백신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의 혈전증 부작용으로 안전성이 높은 화이자 백신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이런 이유로 화이자 백신은 물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마저 계획대로 도입할 수 없었던 것이 지금까지의 답답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백신 수급을 위한 국제환경 자체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접종 선진국들은 화이자 백신을 중심으로 보유량을 계속 늘릴 것이 확실하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연례행사가 되면 화이자 백신 확보 전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우리 국민들도 화이자 백신에 대한 선호가 높아질 것이 확실하다.

결국 집단면역 실현의 관건은 전체적인 계약물량이 아니라 안전성이 확보된 백신의 확보 및 적기 수급에 있다. 이와 함께 백신 사고에 대한 정부책임을 천명해 백신 부작용을 의식한 접종기피 현상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백신 늑장 확보에 대한 책임 추궁을 받았던 정부다. 이번에 공언한 백신접종 로드맵만큼은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지켜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