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송영길 의원이 선출됐다. 2위인 홍영표 의원과는 미세한 차이지만 송 의원이 범친문이라 하더라도 친문핵심이 아니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당심이 지난 윤호중 원내대표에 이어 대표 조차 친문주류가 되는 것에 대한 부담과 견제심리가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지난 재보선에서 참패를 당한 것은 비단 LH 투기 사건이나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 재작년 조국 사태 이후 진영에 함몰된 팬덤정치에 입각한 내로남불과 위선적 행태에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번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도 선거 패인과 향후 변화의 방향 등에 대한 치열한 토론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심 대 민심의 비율이 90 대 10으로 당심의 영향이 절대적인데다가 권리당원 중 친문 당원의 규정력이 강한 경선 규칙을 의식해서 그럴 수밖에 없다고 이해하더라도 선거 패배에 반응하는 정당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다.

지난 재보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다가 이탈한 중도층은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이 미진해서 지지를 철회한 것이 아니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문핵심인 윤호중 의원이 압도적으로 당선된 것은 위기상황에서 더욱 단단한 결집이 당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음직하다. 그러나 당심은 절대 민심을 이기지 못한다. 특히 '문자폭탄'으로 당의 친문핵심과 다른 의견을 표명한 인사에게 무차별적 공격성 문자를 보내는 것은 대표적인 진영논리에 입각한 반정치적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친문 당원의 문자폭탄을 옹호하는 의원이나 당직자들에게서 국민일반이 민주당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찾기 어렵다. 선거패배 이후 초선의원들의 반성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문자폭탄 공격이 이어졌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용납하지 않고 토론 조차 허용하지 않으려는 것은 저급한 정치적 퇴행에 다름 없다. 민주당을 강하게 규정하는 친문세력의 존재는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중도확장성을 현저히 떨어뜨릴 것이다.

송영길 의원이 대표로 선출됐지만 친문핵심들인 김용민, 강병원 의원이 최고위원 1, 2위를 한 것을 보면 친문의 규정력이 역시 압도적이라는 사실이 또 다시 입증됐다. 유권자들은 민주당의 권력운영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새 지도부 구성 이후 변화하지 않으면 패배는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