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수집한 지정문화재
개인 소장 고미술품 등 '엄청난 양'
국민들의 미래 자산으로 돌아왔다
기업인 문화예술 지원 귀중한 유산
'유망예술가 양성' 값진 토양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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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식 서울예술대학교 총장
피렌체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우피치 미술관이다. 우피치 미술관은 메디치 가문이 200여년간 예술가들의 미술품을 수집하고 제작 의뢰하면서 모아온 미술품들을 메디치 가문의 마지막 후손 안나 마리아 루이자 드 메디치(1667~1743)가 1737년 토스카나 대공국에 기증하여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었다. 특히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과 바로크 로코코 시대의 중요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은 13세기부터 20세기에 걸친 유럽의 미술품 300만여점의 컬렉션을 가지고 있는 세계 최대의 미술관으로 러시아인들의 자부심을 높이는 가장 큰 자산이며 시가로 계산할 수 없는 엄청난 국부이기도 하다. 예카테리나 대제 그리고 알렉산드로 1세 등은 특히 유명컬렉터나 귀족들로부터 엄청나게 많은 작품을 컬렉션하거나 유명 미술가들을 초청하여 그림을 의뢰하기도 하였다. 특히 20세기 초반 고갱, 마티스, 피카소, 모네 등의 작품은 러시아의 사업가인 세르게이 슈킨(1854~1936)과 이반 모조로프 (1871~1921)의 컬렉션으로 그들의 과감한 투자와 안목이 후대에 큰 선물이 되었다.

도쿄의 국립서양미술관의 경우 가와사키 조선소의 초대 사장이었던 마츠카타 코지로(1866~1950)가 1차 세계대전 시 조선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면서 유럽에서 컬렉션하였던 1만여점의 미술품 중에서 9천점 정도는 국립박물관에 기증되었고, 2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에 압류되었던 375점의 미술품들이 1959년 외교적 노력으로 일본에 반환되면서 개관한 미술관으로, 특히 클로드 모네와 절친이었던 마츠카타가 수집한 수련을 비롯한 18점과 오귀스트 로댕의 작품 86점, 르누아르, 고흐 등의 작품이 포함되었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 정부의 요청으로 르 코르뷔지에가 미술관을 설계하도록 하여 2016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마츠카타의 꿈은 일본인들에게 세계적인 진품예술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섬 전체가 미술관으로 변모한 나오시마 인근 오카야마의 구라시키에 소재한 오하라미술관은 1930년에 섬유사업으로 성공한 오하라 마고사부로(1880~1943)가 컬렉션한 20세기 초반의 유럽, 특히 프랑스의 마티스, 모네, 모딜리아니, 엘 그레코, 로댕, 고흐, 르누아르 등 광범위한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간송 전형필(1906~1962) 선생은 위창 오세창 선생과의 만남을 통하여 일제강점기하에서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을 오로지 우리 문화재 수집에 올인하여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 국보 제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 국보 제135호 신윤복 필 풍속도 화첩 등 엄청난 작품들을 소장, 지켜내시었다.

이번에 기증한, 이건희 회장(1942~2020)이 평생 수집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과 문화재, 유물·고서·고지도 등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1천600여점과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이중섭의 '황소' 등과 모네,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샤갈, 피카소 등 유명 서양 근대 미술품 1천600여점은 역사상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방대한 양과 질이 아닌가 한다. 삼성그룹을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세웠을 뿐만 아니라 예술에 대한 사랑과 후대를 위한 유산으로서 높은 안목을 가지고 수집한 예술품들은 이제 우리 국민 모두의 미래 자산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앞에서 살펴본 여러 가지 예를 통하여 훌륭한 기업인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은 그 어떤 투자보다도 미래에 엄청난 유산을 남기게 하였으며 높은 수준의 국부를 창출하였다. 이러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하여 우리 국민들의 부자에 대한 시각에 큰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선순환이야말로 수많은 미래의 예술가를 키워내는 값진 토양이 될 것이다.

/이남식 서울예술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