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근현대 산업유산'인 동구 일진전기 인천공장을 활용한 도시혁신 방안을 찾기로 했다. 시는 올해 초부터 일진전기 인천공장을 비롯해 화수부두·북성포구 일대를 대상으로 '건축자산 진흥구역 지정·관리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해오던 중 폐산업시설을 활용한 산업 문화융합 거점을 조성하려는 기본구상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같은 구상과 전략이 실현되려면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도시재생과 관련된 마스터플랜이 실제 추진되는 과정에서 무늬만 도시재생일 뿐 재개발이나 난개발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인천시 동구 화수동에 위치한 일진전기 인천공장은 부지 7만4천147㎡와 공장 건물 19개가 남아 있다. 일진전기 인천공장은 2015년 충남 홍성으로 이전해 일부 폐공장으로 남았고, 주변 지역도 낙후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폐공장 특유의 분위기로 인해 드라마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인천시는 일진전기 인천공장을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화수동 일대 임해공업지역과 연계한 산업유산으로 활용할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일은 인천시의 구상과 기초자치단체인 동구가 추진하고 있는 동구 산업혁신지구 계획과 엇박자가 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동구는 일진전기 부지를 산업혁신과 도심 활성화를 위한 복합신산업 혁신 거점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국토교통부 공업지역 활성화 시범사업 지구로 선정된 이 구상의 핵심은 주거, 복지, 창업, MICE 산업, R&D센터 등 다양한 시설을 도입하여 고층호텔을 중심으로 동구의 랜드마크로 조성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동구는 근현대 산업유산으로서 가치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는 일진전기 공장을 건축자산 진흥구역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하는 중이다.

산업혁신이나 주민들의 주거개선을 위한 정비는 불가피하지만 입지 여건을 고려하지 않는 대형 상업시설 도입 계획이나 주거단지 조성 사업 때문에 근대산업유산을 훼손하는 계획은 소탐대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구 개항장 경관을 훼손한 하버파크호텔 건립이나 북성동의 고층 오피스텔 건축사업이 대표적 실패사례이다. 일본 가나자와시의 야마토방적공장 사례처럼 폐산업시설을 문화시설로 재탄생시키는 산업융합 구상으로 도시 전체를 살려낸 사례는 많다. 일진전기 부지를 둘러싼 인천시와 동구의 구상이 보존이냐 개발이냐를 놓고 제로섬 게임을 벌이지 않도록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