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자성이 상실된 채 적당한 비용으로 소비되거나 소모되는 개인들은 모두 자연 속의 아름다운 무늬와 같다."
6월3일까지 파주 소재 '아트스페이스 휴'에서 개최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번역' 전을 여는 윤지아 작가는 아름다움을 인식하고 이를 소유하려는 욕망에 대해 고찰한다.
그는 "자연 속에는 아찔하게 화려하거나 경이롭고, 완벽한 균형을 갖춘 신비로우면서도 투박한 무늬들이 많이 존재한다. 무늬는 대부분 정체를 숨기고 있다가도 어떤 사정(?)에 의해 노출되고 너무나 쉽게 소유의 대상이 바뀐다"며 "이런 상황은 타자성이 상실된 무수한 개인과 같다"고 주장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번역' 역시 자연에 있는 돌을 수집하는 수석의 행위를 통해 무늬에 따라 시장의 가치가 정해지는 과정을 탐색하고 아름다움 혹은 예술을 소유하고 소비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다룬다.
작가는 수석가에게 선호되는 종류의 돌을 골라 그의 단면을 잘라내고 촬영하는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하나의 돌에서 여러 다양한 무늬를 채집하고, 마치 문학작품을 번역하는 일처럼 돌의 각 층위의 무늬를 섬세하게 독해해 새로운 무늬를 도출한다.

이후 전시는 작가가 써낸 번역서를 한 장 한 장 펼쳐 읽는 것처럼 하나의 커다란 프레임으로 연결된다. 이를 위해 작가는 전시에 사용된 책에 게재된 목차부터 옮긴이의 글까지 책의 구성을 그대로 가져왔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번역가가 원문을 한 줄 한 줄 모국어로 옮기듯 무늬를 해체하고 이해한 것을 다시 밖으로 끄집어내는 과정을 통해 상실된 타자성의 회복을 노린다.
작가는 "아름다운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을 오랜 작업의 과제로 삼아 왔다. 원문에 담긴 인물의 아름다움을 어림잡아 번역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해독일 수 있지만 번역 과정 내내 아름다움을 제대로 끄집어낼 수 있도록 노력했다"면서 "본연의 아름다움이 시장의 가치로 환산되어 소비되는 행태에 대해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 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