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5만여명 피해 490명 신고뿐
시민·환경단체 등 대책 마련 촉구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고통 속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인천에 사는 김자현(44·여)씨는 2007년 봄부터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 갓난아기를 키우다 보니 가습기를 24시간 틀어 놓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간편한 세척을 위해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로 10년 넘게 고통을 받을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그해 여름 김씨와 그의 아들은 천식 판정을 받았다. 돌도 채 지나지 않았던 김씨의 아들은 6살이 될 때까지 병원에서만 지내야 했다. 김씨도 지금까지 천식 때문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매일 아침 가슴을 쥐어짜는 통증과 함께 기침을 하면서 일어나는 게 일상이 돼버렸다"며 "중학생이 된 아들은 아직도 알레르기 반응이 심해 열이 급격히 오르는 등 몸이 아플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29일 오전 인천시청 앞에서 인천지역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씨와 같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환경보건시민센터, 인천지역 환경단체 등이 참석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지난해 진행된 사회적참사특조위의 조사 결과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1994년부터 2011년까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인천지역 피해자는 5만4천224명이고, 이 중 4만4천798명이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올해 3월 기준 인천지역 피해 신고자는 490명에 그쳤다. 이는 전체 피해자 추정치 대비 신고율이 0.9%에 불과한 것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지 오랜 기간이 흘렀기 때문에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 시민들이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정부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모두 해결됐다고 언급하고 있으나, 아직 고통 속에서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찾기는 참사 규명에 있어 가장 기본이고, 인천시는 앞장서서 지역사회 피해자를 찾아내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 살균제 피해지원 종합 포털(www.healthrelief.or.kr)'에서 피해 구제 신청을 할 수 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