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방송 안 탔던 나의 단골집
이젠 알려졌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맛있는 걸 먹을 수 있게돼 괜찮다
다만 사장님이 지치지않길 바랄뿐
손맛 처음보는 외지인도 행복하길

사장님이 "단골손님들이 가족 같고, 가족 같은 분들과 잘 지내는 것이 보람"이라고 말씀하셨다는데, 그 멘트는 편집되었단다. 방송작가 입장에서는 진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단골손님 중의 한 명인 나로서는 꽤 소중한 말이었다. 방송 대신 육성으로 직접 들어서 더 그랬다. 다만 방송 직후부터 발 빠르게 전국 각지에서 찾아왔다는 외지 손님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나 역시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머쓱해졌다.
며칠 전 의정부에서는 내가 바로 단골집 같은 유명 맛집에 줄 서 있는 외지인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광화문 서점에서 파는 유명한 약과라고 했다. 서점에서 책보다 약과가 더 잘 팔린다는 말을 듣고 희한하다고 생각했는데, 인스타에서 #파지약과로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동생이 꽂힌 거다.
의정부라니, 아무리 약과가 맛있다고 해도 그 먼 곳을 처음부터 갈 생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약과를 구할 방법이 없었다. 픽업, 인스타 디엠, 전화, 문자 주문 모두 마감이었다. 택배 주문 역시 마감된 지 오래라 두 달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동생이 꼭 먹어보고 싶다고, 가보자는 말에 그냥 그러기로 했다. 내심 그 유명한 약과를 먹어보고 싶은 마음 반,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의정부에 가보고 싶은 마음 반이었다.
너무 늦게 가면 그마저도 마감될 것 같아 이르다 싶게 의정부로 출발했다. 그 집은 주택가 골목에 숨어있었는데 끊임없이 차량들이 들락날락 중이었다. 오전에 도착했는데도 이미 한 가지 종류는 바로 앞에서 다 팔려버렸다. 겨우 득템에 성공하자마자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약과를 베어 물었다. 여기까지 와서 구입에 성공한 덕인지, 훌륭한 맛이기 때문인지 이유는 모르지만 약과는 달콤했고 가격도 저렴했다.
의정부에 왔으니 부대찌개를 먹지 않고 갈 수 없다 싶어서 부대찌개도 먹기로 했다. 폭풍 검색 끝에 부대찌개 골목 내에서도 현지인들이 많이 간다는 집으로 들어갔고, 부대찌개 역시 좀 더 맛있었다. 막상 방문해서 가격과 메뉴, 확보한 주차장 면적까지 고만고만한 부대찌개 골목에 늘어선 가게들을 보니 검색으로 보낸 시간이 아까워진 것도 사실이다. 음식의 맛이란 함께 간 사람, 그날의 날씨 등 음식 자체의 맛으로만 느낄 수 있는 게 아닌데 인터넷에서 검색해 찾은 다른 사람의 리뷰가 뭐 그렇게 중요하겠냐 싶어졌기 때문이다.
의정부까지 가서 약과 사고 부대찌개 먹고 왔으니 기름값이 더 나오는 비합리적인 선택이었을지 몰라도, 동생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맛있는 걸 먹었으니 그걸로 충분했다. 사람들의 맛집 타령은 사실 "내 돈과 시간을 들여 먹는 음식이 기왕이면 맛있어야 한다"는 효율 중심의 자본주의적인 논리가 만들어낸 허상일지도 모른다.
유명한 걸 먹어보겠다고 먼 곳까지 가는 정성은 사실 함께 가는 누군가와 추억을 쌓는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물론 유명한 전국구 맛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터넷에 나오지 않는, 하지만 말 그대로 '찐'인 동네 고수의 집이다.
검색했을 때 리뷰가 많으면 광고일 가능성이 높아 오히려 신뢰성이 떨어지는 바이럴마케팅 홍수의 시대. 인터넷에도 방송에도 나오지 않아 더 좋았던 나의 단골집은 이제 사람들에게 알려져 버렸지만 그건 그것대로 괜찮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맛있는 걸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다만 너무 사람이 많이 몰려서 사장님이 지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나 같은 단골도, 사장님의 손맛을 처음 보는 외지인도 모두 행복할 수 있게.
/정지은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