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이건희 미술관'의 입지가 결국 서울로 결정이 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7일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을 발표하면서 이건희 미술관의 최종 후보지로 서울 용산과 송현동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고 이건희 회장의 유족 측이 문화재와 미술품 총 2만3천181점을 기증한 이후, 문체부가 별도 전담팀과 관련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위원회)'를 운영한 끝에 내린 결정이다.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나섰던 전국의 지자체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수원시와 용인시, 과천시, 오산시 등이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7개 특별·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시립미술관이 없는 인천 역시 2025년 개관 예정인 '인천뮤지엄파크' 민간 투자 부지에 이건희 미술관을 건립하는 방안을 문체부에 제안한 바 있다. 전국적으로는 유치경쟁에 뛰어든 자치단체가 수십곳이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사실 어느 곳이 선정되든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문체부의 결정엔 아쉬운 부분이 많다.

문체부는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성과 기반시설을 갖춘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인근에 위치해 연관 분야와의 활발한 교류, 협력,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서울의 두 지역을 최종 후보지로 꼽았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의 경험, 인력을 활용하겠다는 취지인 듯하다. 물론 미술품의 연구·보존·관리에 가장 효율적인 방안일 수 있다. 이 논리대로라면 서울로의 문화집중현상은 더욱 가속화 할 수밖에 없다. 문화 인프라가 잘 갖춰졌다고 해서 국립 문화시설 입지로서의 우선권을 부여받는 게 당연하다면 문화 분권은 요원할 뿐이다.

그러잖아도 서울 일극주의가 가장 팽배해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문화예술분야다. 공청회나 토론회 한번 없이 후보지를 결정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여러모로 지역에 대한 배려나 문화 형평성 차원에서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지 않는다. 문체부도 지자체의 불만을 의식해서인지 지역 문화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국립문화시설 확충 및 지역별 특화된 문화시설에 대한 지원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문체부는 이 약속이 지방 민심 달래기용 임시방편적 조치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 증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