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 일꾼교회')의 존치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인천도시산선은 '화수화평구역 주택재개발 도시정비사업'이 추진되면서 철거 위기에 처했다. 이곳 정비사업은 화평동 1-1번지 일대에 지하 3층∼지상 40층 규모의 아파트 2천986가구를 짓는 재개발 사업이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인천도시산선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고려하여 존치를 요구했지만 도시계획위원회는 표지석 설치를 조건으로 철거를 승인했다. 이에 인천시민단체들은 인천시에 인가 고시를 연기하고 철거 결정 재심의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 범시민 서명운동과 항의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도시산선은 한국의 산업화와 노동운동사의 중요한 사적이다. 1962년 미국 선교사 조지 오글(G. Ogle) 목사가 동구 화수동의 초가집을 매입하여 설립한 이래, 노동자 권리의식과 인권 제고, 1970년대 노동조합 결성, 군사독재 정부에 희생된 인민혁명당 사건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오글 목사는 1975년 '인혁당재건위' 사건의 진실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미국으로 추방되는 등 민주화 운동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대한민국 인권상'을 받은 인물이다.

인천도시산선은 극렬한 노조파괴공작을 극복한 한국 민주노조 운동의 상징이다. 1978년 쟁의 중인 동일방직 노조 조합원들에게 노조반대파가 인분을 뿌린 '동일방직 사건' 당시 여성노동자들의 피난처 역할을 했던 곳이다. 2007년 정부는 동일방직에 위장 취업해 노동운동을 이끌어온 조화순 목사에게 대한민국 인권상의 최고 영예인 국민 훈장을 수여했다. 조 목사가 도시산업선교회에서 1966년부터 20여년간 활동하면서 노동인권 향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도시개발사업에서 산업유산이나 건축유산을 보존 활용함으로써 장소적 가치를 높이는 것이 일반적 추세이다. 일꾼교회는 한국 민주화에 기여한 조지 오글 목사, 조화순 목사와 김근태 전 의원을 비롯한 수많은 노동운동가들과 민주화 인사를 배출한 민주주의의 산실이자 민주노조 운동의 역사적 현장이었다. 인천시를 넘어 한국 현대사의 노동운동, 인권운동, 기독청년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사적지에 해당하는 일꾼교회의 장소적 가치를 감안한다면 인천시는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도시계획위원회의 재심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