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를 둘러싸고 여당, 정부와 말싸움을 벌이고 있다. 당론이 아닌데도 이 대표가 불쑥 꺼내들어 정책 논쟁이 아닌 말솜씨를 겨루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국민선거인단에 등록한 사실과 특정 후보 지지의사를 공개 표명한 뒤 이를 비판하는 여당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선거인단 제도의 결함을 지적하려는 의도라지만, 여당의 중대한 행사를 조롱하는 듯한 태도는 유쾌하지 않다.

어제부터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실행됐다. 1년 반 이상 지속된 코로나19 국면에서 정부가 취한 가장 강력한 방역조치이다. 저녁 6시 이후 사실상 국민의 일상을 정지하는 조치이다. 국민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방역수칙을 두려운 마음으로 수행 중이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생계의 위협을 느끼고, 그중에는 생계를 접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비수도권 지역 국민들도 휴가철 풍선효과로 인한 코로나19 확산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2주안에 4단계 방역조치가 효과를 발휘하지 않으면 4차 대유행이 전국을 휩쓸 것이라 경고한다. 국민의 삶과 일상이 경각에 달린 엄중한 시기이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사실상 방역실패를 인정하며 거듭 사과한 배경이다.

정권교체 세력을 자임하는 제1야당이라면 국민적 불안에 공감하고 격려하고 위로해야 마땅하다. 적어도 4단계 방역조치 첫날 최고위원 전원이 대국민 기자회견을 갖고 전대미문의 방역단계에 임하는 입장을 표명했어야 마땅했다. 정부의 방역실패를 비판하되, 국민의 방역협조를 호소하는 진심을 밝혀야 옳았다. 국민에게 무겁게 예의를 갖추는 형식만으로도 정부는 압박을 느꼈을테고, 여론은 국민의힘을 대안정당으로 새롭게 바라봤을 것이다.

지금 국민에게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 여부가 중요할 리 없다. 남의 당 경선을 희롱하는 김 최고위원과 박장대소할 여유도 물론 없다. 오히려 국민의힘을 생각 없는 정당으로 의심할 것이다. 정부의 방역실패가 가져올 대선 반사이익을 즐기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30대 당대표 선출, 대변인 오디션 등 일련의 신선한 행보로 잃었던 국민지지를 만회했다. 하지만 신선한 차별에 집착해 분별력을 잃고 국가의 현실과 국민의 정서를 오독한다면, 작은 승리와 성취에 기고만장하는 유아 정당에서 성장을 멈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