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억지라 하겠지만 이런 정책 어떨까
1가구 1주택 원칙 모든 거래 허가제
세컨하우스 100㎞ 떨어진 시·군에만
아파트 신축 40년간 사용 의무화…
빨리 '부동산공화국' 탈피하자는 것

까치가 집을 짓는 과정을 처음엔 단순한 흥미로 보았는데, 날이 지나며 경외와 경건으로 마음이 바뀌었다. 그리고 우리 인간 세상과 대비되는 모습에 부러워졌다. 까치들은 집이 필요하면 고민 없이 적당한 나무에 하나 지으면 될 것 같았다. 다 짓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된다. 좀 여유가 있다고 해서 여러 채의 집을 미리 지어놓고 가난한(?) 까치에게 전·월세 임대하는 경우도 없다. 인간에게 역세권이 있듯 새에게도 숲세권 같은 게 있을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그 권리를 다른 새에게 팔고 사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가장 고통 중 하나는 단연 주택난이다. 집값이 해마다 천정부지로 치솟아 월급쟁이들은 수십 년 아끼고 모아도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렵게 되었다고 아우성친다. 이런 사정은 다 아시는 바이지만, 이 대목에서 통계 몇 가지를 살펴본다. 우선 주택보급률은 2014년 100%를 넘어서, 2018년에 104.2%였고, 지금은 이보다 조금 더 올랐을 것이다. 그러니까 단순 계산으로 총가구 수보다 주택 수가 많은 셈이다. 서울과 수도권은 98.3%, 지방은 110%로 지역별로 차이가 난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론적으로 거의 모든 가구당 집 한 채씩은 돌아간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다음 통계를 보면 사정이 다르다. 집을 소유한 소위 자가점거율은 우리나라 평균이 57.7%라고 한다. 즉 42.3%의 사람은 전·월세 등으로 다른 사람의 집을 빌려 살고 있다는 의미이다. 집을 여러 채 소유하고 다른 사람에게 세를 주는 이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실제로 2019년 기준 주택소유자 비율을 보면 1채 소유자가 72.3%인데, 2채 이상 소유자가 27.7%나 되며, 그중 50채 이상을 소유한 사람도 2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온다. 다주택 소유 비율이 해마다 더 늘어난다니 주택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현 정부의 가장 큰 실패가 바로 주택정책이라고 한다. 집값을 잡겠다고 새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오히려 집값이 뛴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부 정책을 수립 결정하는 전문가들도 해결하지 못한 매듭을 나처럼 물정 어두운 서생이 단칼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단 한 가지만은 조심스레 언급하고 싶다. 지구에 한정된 자원, 그러나 인간 생존에 기초적인 근거가 되는 것들, 예컨대 물이나 공기 같은 것은 자본화하지 말자는 것이다. 즉 팔고 사지 말자는 것, 여기엔 당연히 하늘과 땅도 포함된다. 이건 새삼스러운 주장이 아니라 "땅을 어찌 팔 수 있단 말인가?" 외쳤던 인디언 추장의 절규이기도 하다.
말도 안 되는 억지라고 할 분이 많겠지만, 가령 이런 정책은 어떨까? 모든 주택 거래를 허가제로 하자. 1가구 1주택을 대원칙으로 하자. 세컨 하우스를 허용하되, 지금 집에서 100㎞ 이상 떨어진 인구 10만 이하의 시·군 지역에만 허용하자. 주택을 한번 매입하면 최소한 10년간은 매도를 금지하자. 아파트는 한번 지으면 40년간 사용을 의무화하자. 임대사업을 인정하되, 임대주택의 기준 금액은 국가가 고시 관리하자. 외국인은 실거주자에게만 매입을 허용하고 이후 20년간 양도를 금지하자.
결론은 빨리 '부동산공화국'에서 벗어나 보자는 것이다. 모두 꿈같은 이야기일까. 그저 꿈 없이 사는 것보다는, 뭔가 기대하고 희망을 품는 게 낫지 않을까. 아무 걱정 없이 펄펄 나는 앞산의 까치들이 부러운 요즘이다.
/정한용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