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 학대로 머리에 충격을 받아 혼수상태에 빠졌던 '민영이'가 지난 11일 끝내 사망했다. 민영이는 지난 5월 외사성 경막하출혈로 의식을 잃은 뒤 병원으로 이송돼 두 달 넘게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수원지방검찰청사 앞에는 민영이를 추모하는 근조 화환이 늘어섰고, 양부모를 살인죄로 엄벌해야 한다는 글이 잇따랐다. 지난해 10월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이후 불과 5개월 만에 비슷한 유형의 비극이 되풀이되면서 '아동학대를 막을 사회 안전망이 달라진 게 뭐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2018년 8월생인 민영이는 지난 4월 중순 이후 양부모로부터 지속적인 학대를 받아왔다. 잠투정을 하거나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양부모의 학대는 정도가 심해졌고, 손찌검이 계속됐다. 5월 초에는 침대에 엎드린 자세를 취하게 한 뒤 50㎝ 길이 구둣주걱으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수차례 때렸다.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며 목덜미를 잡고 강하게 흔들기도 했다. 같은 달 8일에는 때리고 넘어뜨리면서 민영이 머리 부위가 손상되는 등 상해를 입혔다. 양부모는 학대 사실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7시간이나 지나서야 병원으로 데려간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사회단체는 민영이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양부모를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엄벌해야 한다며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검찰도 양부모에 대해 아동학대중상해나 유기 및 방조가 아닌 아동학대치사 또는 아동학대살해죄 적용을 위해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학대치사와 아동학대살해죄 적용은 고의성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검찰은 부검 결과를 보고 혐의 변경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공소장을 바꿀 경우 지난 2월 신설된 아동학대살해죄가 적용되는 두 번째 사례가 된다.
겨우 네 살인 아동의 비극을 두고 양부모만 탓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는 수개월 이어진 어린아이의 고통과 슬픔을 알지도 못했고, 구해내지 못했다. 지난해 정인이 사건 이후 각성 여론이 높아지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법적 보완이 뒤따랐지만 아동학대의 그늘은 여전했던 것이다. 정인이를 잃고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며 오열했던 우리는 또 민영이를 떠나보내고 말았다. 모두가 부끄러운 어른들이다.
[사설] '민영이'를 보낸 우리는 부끄러운 어른들이다
입력 2021-07-14 20:21
지면 아이콘
지면
ⓘ
2021-07-15 19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