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주년 제헌절을 맞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 상대 정당을 비난하는 논평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대해 "헌법을 모독했다"는 비판 메시지를 냈다. 또한 "사익을 위한 권력 행사는 권력남용의 문제를 넘어 존재 이유인 국민을 저버린 반헌법 행위"라며 "그런 의미에서 최 전 원장의 행보는 매우 유감이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함께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자유민주주의는 선택적 자유민주주의로 법치주의는 법치만능주의로 변질됐다"는 논평을 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윤석열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이 헌법사에 오점을 남긴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헌법 정신을 자신의 잣대와 이익의 관점에서 재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의 사법화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헌법을 정치화하는 것은 자제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1987년 제9차 헌법 개정 이후 30년이 훌쩍 넘었다.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이 민주화와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립했지만 그동안 시대가 변하고 소득 재분배, 기본권, 지방분권, 평등권과 환경 관련 조항 등 개정을 필요로 하는 헌법 조항이 한 둘이 아니다. 이러한 내용들을 헌법 개정에 모두 담기에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대선 공약에서 빠지지 않는 부분이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이다. 5년 단임의 대통령제에 대한 문제 제기는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에서 충분히 개진된 상황이고 개헌의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으나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임기 초에는 전 정권 수사나 새로운 정책 시행 등으로 흐지부지 되고 임기 말에는 개헌의 동력이 떨어지거나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등 권력구조 개편은 좀처럼 국민적 어젠다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물론 개헌이 모든 현안이나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기 때문에 시민적 동의나 정치권의 합의를 구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게다가 정치권의 모든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사안이라 더욱 그렇기도 하다.

20대 대선에서도 개헌과 권력구조 개편은 후보간 쟁점이 될 공산이 크다. 권력구조 뿐만이 아니라 시대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개헌의 공감대를 이루어 나갈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대선 주자들이나 정당들이 개헌을 고리로 정치적 이해를 도모하는 행태가 반복되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