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먼저 간 사람들이 남긴 흔적이다. 오래된 길일수록 많은 사람들이 통행했다는 점과 그 지형에 알맞은 것임을 보여준다. 각 지역마다 그것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길이 있는데 제주도 올레길을 들 수 있다. 제주도 올레길은 바람을 막기 위해 돌담을 쌓아 오가는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이처럼 땅이 먼저 길을 내어주었을 때 우리는 길 위의 여행자로서 방향에 따라서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 제주도 올레길을 걷다 보면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꽃말을 가진 동백나무를 만나게 된다. 동백꽃은 11월 말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여 2월에 만개한다. 빨갛게 피었다가 일순간 떨어지는 '핫'한 동백꽃은 여행자의 삶을 가리킨다. 길 위에서 나고 길 위에서 살면서 다시 왔던 길로 복귀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 혹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이 길 위에서 동행하고 있다면 그 만큼 자신의 무게를 버린 돌탑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