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쿠팡 이천덕평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했을 때 세간에는 '화재 경보기가 꺼져 있었다', '울렸지만 무시됐다'는 등 화재의 원인을 안전불감증으로 지목하는 지적이 잇따랐다. 당시 쿠팡 측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며 '근거없는 소문'으로 일축했는데 결국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경찰은 19일 쿠팡 물류센터 내 전기 및 소방시설 업무를 담당하는 업체 소속 직원 3명을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또 범죄 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리하는 양벌 규정에 따라 해당 업체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의 죄목은 이렇다. 화재가 발생한 지난달 17일, 쿠팡 물류센터 지하 2층에서 불이 나 화재 경보기가 6차례 울렸지만 그때마다 현장을 확인하지 않고 방재 시스템 작동을 초기화했다. 보통 경보가 울리면 연기를 감지한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나와야 하는데, 시스템을 초기화하는 '화재복구키'를 6번이나 누르는 바람에 스프링클러 작동을 10여분 가량 지연시켜 화재를 키웠다는 것이다. 화재 발생 당시 초동조치 '10분' 지연이 대형화재로 번진 결정적 원인임은 부인할 수 없다.

10분 동안 6번이나 경보기가 울렸다면, 적어도 한번쯤은 현장 확인을 했어야 마땅했다. 평소 오작동이 많아 습관적으로 경보기를 초기화한 것이라면, 수많은 직원들이 일하는 대기업 사업장이 얼마나 안일한 형태로 운영됐는지 되돌아봤어야 했다. 그것이 대한민국 대표 소셜커머스 업체인 쿠팡이 해야 할 일이었다.

6번 화재경보를 무시한 대가는 참혹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평생 화마와 싸운 베테랑 소방관이 순직했으며, 엿새동안 꺼지지 않는 불로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당하고, 물고기떼가 폐사하는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했다.

이러한 피해에도 쿠팡은 화재사고에서 빠져나갈 공산이 크다. 화재경보시스템은 소방시설업무를 담당한 하청업체가 담당했기 때문이다. 경찰도 화재가 쿠팡과 직접 연관성이 없다고 보고 있어 하청업체와 직원들만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러나 상식을 가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청업체가 수조원에 달하는 대기업 사업장의 화재안전을 관리하며 화재경보를 6번이나 무시했을 때, '그렇게 해야 할'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방재 당국은 이 부분을 간과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