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매립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도 불구, 주민 집단민원을 우려한 기초자치단체들의 불허가 처리가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업시행을 위한 행정절차가 수년간 답보상태를 보이다 불허가 처분을 받고 무산되면서 피해가 속출한다.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가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 행정이라는 취지에서다. 앞서 경기도 행심위는 정보공개를 거부한 성남시에 대해서도 잘못된 행정행위라고 판단한 바 있다. 적법성이 아닌 민원이나 편의성 등을 앞세워 사업자와 민원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관행이 개선될 계기가 될 것이란 긍정적 반응들이다.

화성시 도시계획위는 지난 1월 장안면 석포리 13만여 ㎡에 폐기물 매립시설을 설치하겠다는 내용의 산업폐기물 최종처분시설 건립사업에 대해 부결 처리했다. 지역 주민의 수용성 부족에 정책 방향과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사업시행자는 이에 불복해 심판을 청구했고, 행심위는 최근 화성시에 불가통보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불법 폐기물의 처리 및 안정적 처분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민원해소 권고 등을 이유로 관련 시설의 인허가를 지연하는 사례가 없도록 하라'는 환경부 지침과 화성시 도시기본계획 보고서를 통해 매립시설이 부족해 폐기물처리시설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과 상충한다는 청구인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행심위는 지난 5월에도 성남시민연대가 성남시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요구와 관련, '정보 부존재 결정'을 통보하자 이를 공개하도록 했다. 시민연대는 지난해 8∼9월 '2018∼2019년 성남시 업무추진비 회계 증빙자료'와 '2018∼2019년 성남시 행정기획조정실 여비지출품의서 및 여비지출결의서'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시는 방대한 자료와 개인정보를 모두 가려야 하는 과도한 행정력 투입으로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고 실제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폐기물 처리시설 등 주민 기피시설로 분류된 업종은 적법하더라도 민원과 정책 방향 등 추상적 이유로 무산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행심위의 결정은 지자체의 관행을 제지해 필수 시설의 설치를 원활하게 하고 선의의 피해를 막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지자체들이 이 같은 취지를 이해하고 행정에 반영해야 할 차례다. 이참에 행심위 결정에도 불구, 이런저런 조건을 달아 사업을 무산시키는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