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에서 어이없는 사고가 또 터졌다. 공군 여성 부사관 성추행 사건 은폐 및 2차 가해 혐의로 구속된 공군 부사관이 국방부 내 수감시설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민간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사망했다. 사망한 노모 상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기가 막히다. 공군 여성 부사관 성추행 사건은 피해자가 죽음으로 군내 성추행 은폐 악습을 고발한 사건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군내에 만연한 성폭력과 상명하복 문화로 이를 은폐해 온 관행이 만천하에 공개됐고, 군 검찰 및 법원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이 빗발쳤다. 서욱 장관은 재발 방지를 위한 엄정한 군기 확립을 약속했고, 이에 따라 직접 가해자인 장모 중사는 물론 은폐 및 2차 가해 가담자들을 구속 수감했다. 그런 만큼 구속 피의자의 철저한 관리는 당연했다.
서 장관이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하기 힘들게 됐다. 서 장관 재임 시절 터진 일련의 사건, 사고는 우리 국방의 기본이 무너져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우리 공무원이 서해에서 북한군에 사살되고, 북한 주민이 동해안 철책을 넘어 7번 국도를 걸어 귀순했다. 경계임무가 무너졌다. 코로나19 격리 사병의 부실 급식 사고는 군 지휘부의 무책임을 드러냈다.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은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주둔지인 함정에서 전원 철수했다. 파병부대 전력을 상실한 군 지휘부는 책임 대신 변명으로 일관했다. 어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서 장관은 청해부대 장병들의 백신 접종 실패가 문무대왕함 기항지인 오만 당국의 거부 탓이라는 새로운 변명을 내놓았다. 이미 대국민 사과를 한 마당에 청해부대 지원국가에게 책임을 돌렸으니, 향후 파병작전 수행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
급기야 군기 문란 혐의자가 국방부 장관 집무실 부근 수감시설에서 사망하기에 이르렀다. 구속 수감자 관리마저 실패하는 군대에 국방을 맡길 수 있는지 의문이다. 서 장관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또다시 사과하고 넘어갈 생각을 버려야 한다. 경계와 배식실패, 범죄를 은폐하는 군기문란, 파병부대 집단감염으로 국방부 장관의 영을 세우기 힘든 처지이다. 이 정도면 책임지고 사퇴함으로써 국방쇄신의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 공군 여부사관, 청해부대 장병에 대한 상관의 책무이자 국민에 대한 도리이며,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사설] 군 쇄신 위해 장관이 책임지고 사퇴할 때이다
입력 2021-07-2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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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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