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따뜻함 결여
세상의 장식품에 불과한
'외모 지상주의'에 반기를 든
2NE1의 'UGLY'
내면의 아름다움 가치·본질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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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취이모(勿取以貌)는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세상은 외모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로 변모하고 있다. 갈수록 강조되는 외모지상주의에 반기를 든 내용의 곡목이 'UGLY'이다.

2NE1이 부른 'UGLY'(작사·테디, 작곡·테디, LYDIA PAEK) 노랫말에서 물취이모의 시사점을 탐색해보자. 가사 도입부에서 화자의 첫 일성은 '난 예쁘지 않아/아름답지 않아'이다. 그는 '밝게' 웃어보기도 하지만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 또한 노래를 불러보기도 하지만 어느 누구도 듣지 않기 때문에 침울하다. 이러한 이유는 그가 외모에 자신이 없기 때문인 듯싶다. 따라서 그는 이렇게 자책한다: '난 왜 이렇게 못난 걸까/어떡하면 나도/너처럼 환하게/웃어볼 수 있을까'.

이뿐만이 아니다. 화자는 완벽주의 추구형의 인물이다. 언제나 빈틈을 용납하지 못한다. 빈틈이 발생하면 '화'가 난다. 이러한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 '깨진 거울 속 못난 모습'을 보면서 자신을 '탓하기만' 한다. 더 나아가 암울한 현실 도피 욕망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즉 '어디론가' 숨어서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를 드러낸다. 화자 관점에서 보면 외모를 중시하는 세계는 '거짓말'로 가득 찬 허위의 세상이다: 'I think I'm ugly(내가 못생겼다고 난 생각해)/And nobody wants to love me(누구도 날 사랑하고 싶어 하지 않아)/Just like her I wanna be pretty I wanna be pretty(그녀처럼 나도 예뻐지고 싶어)/Don't lie to my face telling me I'm pretty(내 얼굴에 대고 예쁘다고 거짓말하지 마).

화자는 상대방인 '너'가 못생긴 화자를 '쉽게' 이해하려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렇게 측은한 마음으로 자신을 이해하려 한다면 화자는 '못생기고/삐뚤어진/내 마음이/널 원망할지' 모른다며 '너'에게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여기서 화자는 본질적으로 외모콤플렉스로 인해 '너'와 어울리지 못하는 인물이다. 심지어 '말'을 시키지 말라며 '너'와 대화조차 거부한다. 더 나아가 '너'의 '잘난 눈빛 속'의 '차가운 가식이' 화자를 질식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자신에게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원색적인 불만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제 화자는 은둔형 외톨이로 전락할 처지에 놓인다: '너의 관심조차 싫어/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소리치고 싶어/이 세상은 거짓말'.

외모차별주의를 조장하는 현대사회가 '못난' 화자의 목을 압박한다. 세상은 화자의 얼굴에 대고 아름답다며 진심이 결여된 거짓말을 마구 퍼붓는다. 화자는 자신이 못생긴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세상은 오히려 화자가 예쁘다며 교언영색으로 온갖 '가식'을 드러낸다. 마치 외모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있는 현실을 수용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세상인 듯싶다. 하지만 화자는 이러한 거짓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결국 화자는 이렇게 절대 고립무원에 빠진다: 'All alone(완전히 나 혼자야)/I'm all alone/I'm all alone'.

화자에게 외모지상주의는 인간적 '따뜻함'이 결여된 세상의 장식품에 불과하다. 이 세상은 '못난' 사람이나 잘난 사람이나 함께 어우러져 사는 세상이어야 한다. 외모 강박이 판치는 세상은 한쪽 톱니바퀴가 빠져 삐그덕 거리는 불완전한 세계이다. 이곳엔 내면의 따스함이 있을 수가 없다. 지금 화자의 '곁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날 안아 줄 사람'이 없는 채 외모차별주의라는 비정하고 차가운 현실만이 화자 앞에 놓여있을 뿐이다.

대중문화의 급변과 영상 매체의 범람으로 외모지상주의가 우리 사회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외모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압박 그리고 이에 따른 경쟁력의 서열화는 외모차별주의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 정문에는 '사람을 외모로 취하지 말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외면보다 내면을 연마하여 인격 도야에 전념하는 물취이모의 가치와 본질을 되새겨볼 때이다.

/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