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함으로써 제1야당으로선 대선 경선의 불확실성이 정리됐다. 그동안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가 대선의 주요 이슈가 되면서 국민의힘 지지여부와 무관하게 유권자의 피로감이 커졌던 게 사실이다. 이제 윤 전 총장은 당내 경선에서 가족 문제는 물론 본인에게 제기된 검사로서의 그동안의 처신과 이념, 성향, 정책 능력 등을 검증받아야 한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장외주자들의 정치 행보에 매몰되다시피 하면서 제1야당으로서의 수권능력과 대안세력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앞으로는 당내 주자들 상호 간의 치열한 검증은 물론 당 차원의 미래 비전도 함께 선보여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국민의힘과 달리 일찍이 여섯 명의 후보가 정해지면서 토론회와 후보들의 전국 순회 등 경선이 진행되고 있지만 과연 집권당으로서 정권을 다시 맡겨도 되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후보 간의 네거티브 캠페인이 검증의 차원을 넘는 상호비방의 양상을 띠면서 여러 번의 토론회에서 정책과 공약은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원팀 협약식'을 가졌으나 바로 그날 오후의 토론회에서는 그간의 네거티브가 그대로 재현됐다.

이번 대선은 역대 어느 대선보다 선거 초반의 양상이 퇴행적 구태에 머물러 있다. 총선거나 지방선거와 달리 대선은 미래 의제를 공론화함으로써 한국사회의 각종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누가 잘할 수 있느냐가 논쟁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의 모습은 권력에 눈이 먼 정치꾼들의 거대한 투기판 같은 양상을 띠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대표라는 직분을 망각한 채 후보들에게 줄 서기에 바쁘고 후보들 역시 빈약한 역사인식과 네거티브로 표를 얻으려는 얄팍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민들은 여야 후보들이 한국의 미래에 어떤 청사진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이번 달에는 후보 구도가 명료해지면서 여야 정당의 경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후보들과 캠프에 속한 국회의원들은 네거티브를 버리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할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또한 여야 모두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지 않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경선이 여야의 최종 후보 선출 때까지 지속된다면 대선은 존재가치를 상실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