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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4일 개관을 앞둔 안점순 할머니 기억의 방이 마련될 수원시가족여성회관. 2021.8.3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안점순 할머니를 기리기 위한 '기림비' 건립에 제동이 걸렸다. 수원평화나비의 기림비 건립 기금 모금 과정에서 위법 사항이 확인된 것이다.

3일 경인일보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수원평화나비는 1천만원을 들여 안점순 할머니 기억의 방 앞에 기림비를 세우기로 하고, 지난달 1일 모금 운동에 들어갔다. 모금 마감일인 지난달 28일 기준 975만원이 모였다.

수원평화나비에선 모금 활동을 위한 포스터를 제작했는데, 이 포스터에는 '용담 안점순 기억의 방 개관을 위한 300명의 시민을 기다립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1인 5만원(선착순 300명)'이 명시돼 있다.

수원평화나비에선 오는 14일 기억의 방 개관과 함께 시민들에게 기림비를 공개할 계획이었다. 수원시가족여성회관에 마련될 기억의 방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앞장섰던 안점순 할머니가 생전에 지녔던 유품과 활동사진 등이 전시된다.

위안부 문제는 지난 1993년 안 할머니의 막내 조카딸 신고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수원에 거주했던 안 할머니는 수요집회와 아시아연대회의 등에 참여해 일본의 만행을 증언했고, 지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를 외치는 등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섰다.

수원평화나비, 1천만원 모금운동 과정 위법사항 확인되며 '사업 제동'
"신고의무 몰랐다… 문제되면 조사 응할 것"… 14일 공개 차질 불가피


하지만 수원평화나비에서 모금 운동을 벌인 것이 불법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기림비 조성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제4조는 '1천만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는 자는 모집·사용 계획서를 작성하여 행정안전부 장관 또는 특별시장, 광역시장, 도지사, 특별 자치도지사에게 등록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림비 설치도 1천만원 이상의 기부금 모금을 목표로 했기에 이 법률을 적용받게 되는데, 별도의 기부금 모집·사용 계획서 등록 과정은 없었다.

수원평화나비 관계자는 "선착순 300명은 하나의 슬로건이다. 목표는 1천만원이었다. 1천만원을 모금하려면 그보다 10~20% 이상을 목표로 세워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오해가 빚어졌다"고 말했다.

또 "1천만원 이상일 경우 신고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건 확실하다"며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면 조사받을 수 있고 당연히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기림비 설립을 위한 행정 절차도 늦어지고 있다. 당초 수원평화나비에서 제시한 계획에 따르면 오는 14일 기림비가 시민들에게 공개돼야 한다. 이 경우 수원시 공공디자인위원회 심의 등 행정 절차가 선행돼야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절차는 진행되지 않았다. 수원시 관계자는 "공유재산 심의와 관련해서 (담당 부서에) 문의하니 (기림비 금액이 2억원이 안 돼) 별도 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공공디자인심의 등) 행정 절차가 필요하단 것을 그제야 알았고 평화 나비 측에도 알려준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원평화나비 관계자는 "6월에 (기림비 설치 안건을) 얘기했고 7월에도 시와 얘기해서 움직였다. 그 뒤 (시에서) '조형물에 관련한 심의'가 몇 년 전 개정됐다고 했다. 저희도, 시 담당 공무원도 몰랐다"며 "현재 관련 서류를 다 접수했고 오는 17일 1차 공공디자인심의위원회에서 기림비 건립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