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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까지 종말에 관한 이야기는 인간을 위협하는 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주기적으로 회자되었다. 그런데 이 문제는 꼭 큰 사건이 벌어질 때만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다. 또 그 큰 건이란 것도 시대에 따라 달리 인정되기 때문에 종말에 관한 이야기는 주기적으로 대두된다. 수천 년 전 기록인 '열자(列子)'에 보면 기우(杞憂)의 고사가 나온다. 기(杞)나라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까봐 근심하는 사람을 두고 벌어진 논쟁이었다. 하늘은 사방에 기운이 쌓인 곳이고 땅은 사방에 덩어리가 쌓인 곳이기 때문에 무너지거나 꺼질 염려가 없다는 주장과 천지도 크긴 하지만 하나의 물건일 뿐이기 때문에 끝나고 마치기 어렵고 헤아리고 알기 어려울 뿐 언젠가 무너질 때가 되면 무너진다는 주장이 맞섰다. 열자(列子)는 천지가 무너지든 말든 그래서 죽든 말든 사람이 지나치게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투로 결말을 맺는다.

'맹자'에 보면 세상에 망조가 들어 망하게 생겼을 땐 다소 늦더라도 막아야하지 그렇지 않으면 정말 망한다고 걱정하는 대목이 나온다. 물론 망하는 주체가 열자는 자연이고 맹자는 인문으로 차이는 있지만 망할 때를 대하는 마음자세를 읽을 수 있다. 맹자의 이야기처럼 시기가 어느 정도 깊숙이 진척이 되면 막고 싶어도 못 막는 게 진실이다. 맹자는 도탄에 빠진 세상을 구하기 위한 자격을 갖추지 못하면 망하고야 만다는 주장을 '시경'의 재서급익(載胥及溺)이란 구절을 통해 이야기한다. 최근 자연계의 망가지는 상태를 보자면 숨을 조여 오는듯한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