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시민단체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후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공분을 샀다.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의원은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나눔의집 운영진이 위법행위를 했다며 법인 이사진을 해임해 소송에 휘말린 경기도는 최근 이 법인을 행사 사업자로 선정했다. 고 안점순 할머니 기림비 건립 계획은 위법 논란으로 삐걱거리고 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정작 당사자인 생존 할머니들은 심란하고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경기도는 202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념사업 민간보조사업자로 나눔의 집을 확정했다. 나눔의 집은 도비 3천200만원을 지원받아 이달 중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 행사를 진행한다. 위안부 피해자 관련 흉상을 제작하고 전시도 한다. 도와 나눔의집은 법인 이사진에 대한 해임 명령과 관련,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도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데다 행정명령에 불복한 법인에 예산을 주고 사업을 주관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 6월 두 차례의 공모에도 나눔의 집 외엔 신청하는 기관이 없었다는 게 도 입장이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고 안점순 할머니를 기리기 위한 '기림비' 건립은 위법 시비로 제동이 걸렸다. 건립기금 모금 과정에서 사업 주관 시민단체의 위법 사항이 확인된 것이다. 이 단체는 사업비 1천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공개 모금에 나섰으나 모집·사용에 관한 계획서를 등록하지 않아 관련 법률을 위반했다고 한다. 모금 자체가 논란이 되면서 기림비 설립을 위한 행정 절차도 늦어지고 있다. 기림비 공개를 위해서는 시 공공디자인위원회 심의 등 절차가 선행돼야 하나 이행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오는 14일로 예정됐던 기림비 공개는 힘들게 됐다.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시민단체는 후원금을 유용했다는 불신을 받고 대표는 기소됐다.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나눔의집 법인은 행정기관과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일본의 만행을 고발한 고인을 기리겠다는 시민단체는 관련 법 위반 시비에 휩싸였다. 생존한 14명 할머니들은 물론 고인이 된 피해자들도 심기가 편치 않을 것이다. 정부가 전국 공익법인을 일괄 관리·감독하는 기구인 '시민 공익위원회'를 설치키로 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민주사회의 한 축인 시민단체를 감독할 기구를 만들자고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