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0901000305700015282

꽃 그림 한 점 보냅니다

나비는 그리지 않았습니다

이 그림을 보고 계실 당신이 있으니까요

벌써 향기를 맡고 계시는군요

한 폭의 그림입니다



다만 그 봄날 함께할 수 없어서 서러울 따름입니다

안상학(1962~)


권성훈_교수.jpg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계절을 벗어난 봄은 추상적으로 수많은 상징을 가진다.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는, 상상력과 결합하면서. 그것은 '꽃 그림 한 점' 속에서도 봄을 사유할 수 있으며 여기서 승화된 봄은 우리를 한 점 그림 속에 투영시킨다.

그림은 꽃이 되고, 당신은 나비가 되어 그림을 향한 시선은 날갯짓을 하면서 꽃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 이른바 분리된 현실과 가상의 세계가 가상현실로 조합되면서 세상은 '한 폭의 꽃밭'으로 변한다. 그것도 온갖 냄새가 '벌써 향기'로 바뀌고 '이 그림을 보고 계실 당신'도 꽃이 되고 나비가 되어 서로의 기억 속에서 '봄소식'같이 지치지 않는다. 고통이 하얗게 소멸되고 속도나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여백에서 환상적인 봄날이 흐를 뿐이다. 현실에서는 '다만 그 봄날 함께할 수 없어서 서러울 따름'이지만 여전히 구석구석 기억의 산실에서 진행형이다. 그러한 당신은 '한 폭의 그림'처럼 언제나 정지되어 있으나 매 순간 시공간을 초월하여 횡단하며 그곳으로 두런거리다 돌아오고는 한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