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이 코로나19로 고단한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10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원자재 가격변동 및 수급 불안정 관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절대다수 중소 하청 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에 시달리는 것이다. 지난달 5일부터 16일까지 전국의 500개 중소제조업체를 조사한 결과이다.

코로나로 위축되었던 세계경기가 작년 하반기부터 살아난 탓인데 주목거리는 원자재 가격 인상이 중소 제조업체에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조사 대상 업체의 87.4%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영업이익을 축소시켰다고 응답했다. 철강재나 석유화학 등의 원자재를 생산하는 대기업들이 수요업체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가격 인상을 통보할 뿐 아니라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때문이다. 오랜 기간 거래했던 곳도 납품단가를 현실화해 달라고 요구하면 다른 곳으로 거래처를 바꾸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한 것이다.

중소제조업체들은 대기업으로부터 원자재를 조달해서 중간재를 만들어 이를 또 다른 대기업에 납품하는 구조이나 최근 원자재 가격 인상과 납품단가 미반영으로 중소기업들의 이중고가 점차 심화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 제조업체 59.7%가 원가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납품단가 미반영 업체비율이 2012년 42.7%, 2019년 57.6%, 2020년 59.7%로 증가추세라는 점이다.

이 문제로 수익성이 악화해 폐업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전국 산업단지의 공장 처분 건수는 2019년 1천484건에서 2020년에는 1천773건으로 19.5%나 증가했다.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납품단가 조정문제는 대표적인 원청·하청 불공정거래행위로 이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2009년 4월부터 납품대금 조정 협의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실효성이 거의 없어 작년 9월에 상생협력법을 개정했으나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문제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바뀌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국가계약법에서 물가변동(품목조정률 3% 이상 증감)에 따른 계약금 조정제도가 이미 도입되었다. 원가인상분이 납품단가에 즉시 반영되는 원가연동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