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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식 서울예술대학교 총장
최근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하여 대학을 진학하는 학생의 감소와 13년째 계속되고 있는 대학등록금 동결로 대부분의 대학들은 재정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연간 예금금리가 1% 이하로 떨어지면서 그나마 운영하고 있는 대학의 기금운용 수익이 축소되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한편 대학의 기부금을 낸 기부자에 대한 세액 공제 혜택이 2016년부터 대폭 줄어들게 되어 고액기부 또한 줄어들게 되었으며,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에 따라 2019년 기준으로도 등록금 대비 48.5%의 장학금이 지급되었는데 이 중 25.1%는 국가장학금이고 교비장학금이 20.1%에 달해 최근 10년 사이에 원래 교비의 10%였던 장학금이 20% 가까이로 늘어나면서 사실상 등록금이 10% 인하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진학 학생 계속 줄고
등록금 13년째 동결 대학재정 위기
기금 운용도 금리인하로 수익 축소


여기에 대학들마다 보다 높은 기금운영 수익을 올리기 위해 대안을 찾다 보니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되었다. 최근 7개 대학이 옵티머스 펀드나 라임펀드, 그 외의 부실한 펀드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는 과정에서 이사회의 심의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아 경고 징계를 받게 되었다. 사립학교법의 개정으로 이사회 및 대학에 기금심의운영위원회를 설치하여 기금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도록 하였으나 실제로 대학이나 학교법인에 기금운영을 책임질만한 전문성이 부족하고 투자에 대한 책임 부담으로 현실적으로는 대학의 기금을 원금을 보장받으며 정해진 수익을 내는 은행예금 등에 소극적으로 묶어 둘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해외의 경우는 매우 부럽기만 하다. 얼마 전 작고한 예일대학 기금의 최고투자책임자(CIO·Chief Investment Officer)인 데이비드 스웬슨의 경우 1985년 10억 달러 수준의 기금을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229억 달러로 연간 13.4%, 특히 1997~2008년에는 연간 16.3%의 수익을 거둔 예일모델을 만들어 미국대학 기금운영방식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대부분의 상위권 미국대학들은 등록금 의존도가 30% 이하이며 대신에 기금운용 수익으로 매년 35%의 예산을 감당하면서 지속적인 혁신을 이루어가고 있다. 하버드대학의 경우 현재 409억 달러(약 45조원 규모)의 기금을 운영하는 HMC(Havard Management Company)를 운영하면서 연간 16.9%의 운영수익으로 1990~2005년에 48억 달러의 기금을 259억 달러로 불렸다. 이 두 대학의 경우 기금의 규모가 커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외부전문가를 영입, 월스트리트의 최첨단 금융기법을 동원하여 예금뿐만 아니라 헤지펀드나 원자재 부동산 등에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투자하면서 위험관리를 철저히 하여 이러한 놀라운 성과를 낳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게다가 주먹구구 운영에 반복 사고
미국처럼 전문기관 체계적관리 급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학, KAIST, 포항공대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러한 규모를 갖춘 대학이 없어 도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최근에 여러 금융기관에서 소위 위탁기금투자책임자 OCIO (Outsourced Chief Investment Officer)의 필요성을 제안하고 있다. 즉 전문성을 갖춘 금융기관들이 대학의 기금을 모아 마치 국민연금을 관리하듯이 기금을 운영한다면 전문성이 떨어져 위험을 회피할 수밖에 없는 대학의 책임을 덜어주면서 철저한 위험관리와 대학이 접할 수 없는 다양한 투자정보를 통하여 지금보다는 훨씬 합리적인 기금운영이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각 대학이 알아서 기금운영을 하라고 맡겨둔다면 반복적으로 사고가 터지든지 아니면 위험을 회피한 정기예금에만 의존하는 현상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어찌 보면 할 수 없는 일을 하도록 되어 있는 규정을 보다 현실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절실하다고 본다. 사립대학 발전기금의 총합이 8조원(2019년)을 상회하는 지금 전문성을 갖춘 전문기관이 이를 운영한다면 매년 1조원 가까이 운영 수익의 차이를 만들어 보다 나은 고등교육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 본다.

/이남식 서울예술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