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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놓은 듯 버려놓은 듯 땅에 엎드려 꽃자루 없이 앉은뱅이 꽃 피우는 노랑 민들레



흔해서 보이지 않고 흔해서 짓밟히는 꽃이 제 씨앗 은빛으로 둥글게 빚는 순간 바로 그 순간



하늘로 꽃대 단숨에 쑥쑥 밀어 올리는 꽃의 마지막 자존심이 있다

정일근(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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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우리는 오지 않는 행운을 잡으려고 수많은 행복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네 잎 클로버를 찾으려고 발밑에 세 잎 클로버를 짓밟고 있는 것처럼 이상적인 행운을 위해 일상적인 행복을 파기한다. 이는 멀리 있는 하나의 행운 때문에 가까이 있는 행복한 순간들을 보지 못하고 스스로 불행하다고 여긴다. 사실 행운과 행복은 둘 다 생활에서 찾아내는 복되고 좋은 운수라는 점에서 대상에 의미 부여를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그 흔한 것들 속에 있는 행복의 깊이는 불행의 크기와 반비례하는데, 이를테면 긍정적인 지수가 높을수록 부정적인 지수는 낮아지는 것처럼. 긍정적인 차원에서 자기를 존중하는 사람이야말로 작은 것들조차도 소홀하게 대하거나 지나치지 않는 법. 나름대로의 존재 의미가 그 속에 분명히 있으므로 "버려놓은 듯 땅에 엎드려 꽃자루 없이 앉은뱅이 꽃 피우는 노랑 민들레"를 보라. "흔해서 보이지 않고 흔해서 짓밟히는 꽃이"지만 "하늘로 꽃대 단숨에 쑥쑥 밀어 올리는 꽃"이지 않던가. 어쩌면 당신이 무참하게 뭉개버린 '마지막 자존심'을 보이는 것이니. 흔하게 자란 시간만큼 숨어서 보낸 귀한 시간이 거기에 스며있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