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정비(MRO) 클러스터 구축사업의 윤곽이 그려졌다. 정부는 최근 인천국제공항은 해외 복합 MRO 기업유치 중심으로, 경남 사천은 군용 항공기와 민간 소형 항공기 정비 분야 등으로 특화해 MRO 클러스터를 육성하는 내용의 항공정비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MRO 클러스터를 인천과 사천으로 분산 배치해 지역 간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MRO 산업 성장 기반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이로써 MRO 클러스터 구축사업을 둘러싸고 빚어진 인천과 사천 두 지역 간 갈등이 새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사천의 경우 이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중심으로 MRO 클러스터 구축사업을 진행 중이며 인천에서도 인천시와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중심으로 인천공항 인근에 대규모 클러스터를 준비하고 있다. 양 도시 모두 지방정부는 물론 시민사회와 정치권까지 가세해 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갈등의 수위도 그만큼 높아진 상태다.

이런 시점에 정부가 일종의 교통정리를 해 준 만큼, 갈등이 봉합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정부가 항공정비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밝힌 다음 날 '사천항공 MRO 사업 지키기 대책위원회'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MRO 사업 진출을 저지하기 위한 실무위원회 2차 회의를 갖고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에서 보듯 아직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인천국제공항은 전 세계 민간 국제선이 집중돼 있어, 국내외 항공기들의 정비 수요가 많은 MRO 클러스터의 최적지로 평가받는다. 그렇다고 해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MRO 사업 진출이 사천지역 MRO 사업을 위축시키고,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켜 국토의 균형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사천 지역의 우려 또한 흘려들을 게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지역 간 갈등을 봉합하는 최선의 방안은 두 지역의 MRO 클러스터가 실질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세부 정책을 서둘러 마련하는 것이다. 단지 '상생'이라는 추상적 개념으로 갈등의 앙금이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정부가 인천과 사천의 상생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오는 11월까지 정부, 자치단체, 공항공사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한다. 양 날개에 장착된 엔진의 균형 잡힌 추진력으로 비행기가 이륙하듯, 국내 MRO 산업이 세계를 향해 비상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상생 모델이 협의체에서 도출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