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등 대선 주자들 간 갈등이 가라앉는가 싶더니 이 대표가 다시 갈등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선 경선버스를 8월 말에 출발시키려고 기다렸더니 사람들이 운전대를 뽑아가고, 페인트로 낙서하고, 의자를 부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은 토론회 일정을 두고 파열음을 낸 바 있다. 여기에 최고위원들까지 가세해 당내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윤 전 총장이 토론회에 참석하기로 하고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이 사과와 동시에 당 선거관리위원회도 맡지 않기로 함에 따라 일단 봉합은 됐지만 언제든지 당내 갈등이 재연될 수 있는 상황이다. 당내 경선은 당내 후보를 결정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권력투쟁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공정성과 중립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파국을 맞을 수 있는 이유이다.

당 대표와 대선 주자들은 보완관계여야 한다. 그러나 최근 국민의힘은 당 대표와 대선 주자, 현역 의원들이 각자의 정치적 이익에만 몰두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오죽하면 모 시사주간지에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상한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왔는지를 반추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의 각 정치 행위자들 모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 정권교체라는 허상만 좇다 정권 재창출의 기회를 날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할 때다. 대선에서 당 대표는 경선과 관련된 이해관계의 상충을 원활하게 중재하고 관리하는 조정자로서 역할에 진력해야 한다. 역대 대선을 봐도 당 대표와 유력 주자가 갈등을 빚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이 대표는 갈등 수습 국면을 스스로 차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고 정권교체를 위한 당 대표의 위상을 갖춰야 한다. 당내 경선 관련 문제는 선관위에 맡기고 당의 선거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구상에 집중해야 한다. 자신의 향후 정치적 입지를 넓히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라도 대선 국면에서 정치력을 보여줘야 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실정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견고한 것은 국민들이 제1야당을 대안세력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경선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정권교체에 다가서려면 이 대표의 절제된 리더십과 주자들의 정책 경쟁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