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5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언론중재법)을 의결했다. 개정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은 항의 표시로 전원 퇴장했고, 여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4시께 단독으로 표결했다.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린 지 12시간여 만이다. 언론중재법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가짜 뉴스에 대해 언론사에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또 정정보도와 기사 열람 차단도 함께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를 열어 언론중재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혔으나 여야 합의 불발로 무산됐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본회의를 연기하고 수일 내로 날짜를 다시 잡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일정은 여야 협의를 하라고 주문했다. 본회의 의결은 미뤄졌으나 민주당은 여전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범여권 의석이 180석을 넘는 점을 고려하면 언론중재법 통과는 확실시된다는 전망이나, 야권은 물론 언론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 격한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진보 진영 다수와 여당 내 일부 의원들도 언론중재법을 악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세계신문협회(WAN), 국제기자연맹(IFJ), '국경 없는 기자회' 등 국제 언론단체들까지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며 법안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법안 내용을 보면 민주주의의 근간인 자유를 억압하고 권력에 대한 견제를 무력화할 것이란 우려다. 권력에 대한 언론의 비판과 감시 기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징벌적 손해배상 근거가 되는 고의, 악의, 허위, 조작은 적용대상이 모호한 데다 자의적 해석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등 독소조항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언론계 내부에선 권력에 대한 고발 기능을 해온 탐사보도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자탄이 나온다.

민주당 내 대선 주자들도 언론중재법에 비판적 입장이다. 가짜 뉴스를 징벌하겠다면서 정작 진원지로 꼽히는 유튜브와 SNS는 제외됐다. 조국 사태 보도에 놀란 여권과 청와대가 권력비리 보도를 막으려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꼭두새벽에 법사위를 통과하자 여당 의원들마저 비판 입장을 쏟아냈다. 일방 처리가 아닌 대화와 타협으로 파국을 피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강행 의지를 드러내고, 청와대는 국회에서 알아서 처리하라고 한다. 역사에 오점을 남길 언론중재법 강행처리가 뻔한데도 발만 구르는 게 우리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