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미관을 개선하고 예술작품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거리 곳곳에 설치된 공공조형물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시민들의 흡연 구역이 되는가 하면 쓰레기가 쌓이고 비둘기 똥이 칠해지는 흉물이 돼 방치되고 있다. 관리 주체인 지자체들은 점검이나 보수에 소홀하고, 현황 파악도 못하는 등 사실상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수억원씩 들여 조형물을 왜 설치했는지 의문이라는 시민들 반응에도 사정은 좀체 개선되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수원시 고색역 광장에는 높이 9.2m, 가로 12m, 세로 9m 크기의 '성장하는 나무'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수인선 개통을 기념하기 위해 8억원을 들인 조형물은 신설 역을 상징하는 형태로, 지하철 이용객이나 주민들이 앉아 쉴 수 있도록 기획됐다고 한다. 하지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청소년들의 흡연장소나 쓰레기 무단투기장으로 변한 지 오래 됐다는 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노숙인들이 찾아와 술판을 벌이고 잠자리로 이용하면서 주민들의 단골 민원장소가 됐다. 철도공단도 수원시도 관리에 손을 놓으면서 도시 흉물이 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

이천의 '미래 탑'은 지역 특산물인 쌀과 도자기를 형상화한 공공조형물이다. 최근 설문조사를 했더니 60%를 넘는 시민이 철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상징물이 지역민들의 미움을 받는 애물로 전락한 것이다. 이 같은 실정은 도내 다른 지역도 비슷한 실정으로, 국민권익위가 관리를 잘해달라고 부탁할 지경이 됐다. 권익위는 지난 2019년 실태보고서에서 조례가 제정되고 관리부서가 있는데도 현황 파악조차 부실하고 점검이나 조사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주와 양평은 현재까지도 점검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정 규모 이상 시설이나 건축물은 공공조형물을 의무 설치하고, 지자체들은 이를 관리할 의무가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십억원이 소요되는 경제적 부담에도 불구, 도시 미관과 관련 산업 진흥을 위해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사후 관리가 부실하면서 흉물로 전락하는 게 현실이다. 사전 심의를 받기는 하나 작품성이 떨어지는 사례도 많은 실정이다. 이런 조형물이 전국에 2만개가 넘는다고 한다. 막대한 돈만 들이고 시민에게 지탄받는 모순을 바꾸려면 조례를 손보고, 심의 과정도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