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서리를 맞아도 꺾이지 않는 국화의 꽃말은 '실연'이다. 사랑에 실패한 경험을 말하는 실연은 사랑을 잃고 난 후의 여진으로 아픔의 진동을 동반한다. 그러한 상심이 가을 국화와 잘 어울리는 것은, 바로 '바람 차가운 날'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 이 역시 바람처럼 지나가는 순간에 불과하지만, 그것을 견디는 힘은 추억의 '작은 날개들이 저마다의 가슴에'서 비롯된다. 이를테면 한 모금의 달콤한 기억을 마당 한편에 '국화꽃'처럼 피워놓고 '다시 살아 오르는 오후'의 아련한 그리움을 회상한다. 어느 가을날 그리움의 꽃이 '한 잎 한 잎 꽃잎을 필 때마다' 추억의 사진이 펼쳐지는 것은 가슴 속에 '품고 있던 향기 날실'이 퍼즐을 맞추고 있는 것. 보아라 '저마다 누런 잎을 접으면서도 억척스럽게 국화가 피는 것은 아직 접어서는 안 될' 그 무언가 있기 때문인 것처럼. 당신 마음 깊은 곳을 '남겨 주려는 이유에서' 그러한 사랑이 '그 여린 날갯짓'으로 가을에 개화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