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청소년들에게 안전한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청소년 쉼터가 부족하다는 청소년 복지현장의 지적이 나온 지 오래지만 전혀 개선의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청소년 쉼터는 일시 쉼터(24시간~일주일 내), 단기 쉼터(3개월 이내), 중장기 쉼터(3년 이내)로 구분되는데 특히 중장기 쉼터 부족이 심각하다.

경기도의 경우 중장기 쉼터가 7곳에 불과하다. 성남시가 남자·여자 쉼터 각 1곳을, 군포·구리시는 남자 쉼터, 고양·안양·용인시가 여자 쉼터를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재정 여건이 나은 경기도가 이런 실태이니 전국적인 중장기 쉼터 운영 현황은 더욱 열악할 것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중장기 쉼터 이용을 희망하는 청소년들은 거주지를 떠나 쉼터를 전전하는 메뚜기 신세라고 한다.

2021년 여성가족부의 청소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가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무려 11만5천여명에 달한다. 가정폭력, 학교폭력 등 가출 원인을 살펴보면 가출 청소년들은 명백히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들이 가정과 학교 밖으로 나오는 순간 청소년을 지원하는 정책망에서 즉시 탈락된다. 청소년 보호 및 육성 대책이 가정과 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출 청소년들은 안정적인 주거 부재로 인해 거리를 헤매다 끔찍한 범죄현장에 노출되고 연루된다.

청소년 쉼터가 가출 청소년 및 가정 밖 청소년들에게 최소한의 피난처인 이유이지만 쉼터의 부족 현상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시·단기 쉼터에 비해 설치와 운영 비용이 큰 중장기 쉼터의 부재는 정상 청소년과 위기 청소년을 구분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차별적인 청소년 복지대책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정부의 청소년 복지정책은 가정 안이든 밖이든 차별 없이 시행돼야 한다. 청소년 쉼터도 단순히 가정 밖 청소년 일시 보호 기능을 넘어 학업을 이어나가고 진로를 모색하는 교육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가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청소년들을 가정으로 복귀시키는 자체가 폭력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산이 넉넉한 교육부가 가정과 학교 밖의 청소년들도 교육대상으로 품어야 한다. 지금처럼 여가부, 복지부, 교육부가 끝전 몇 푼으로 가정 밖 청소년들을 애물단지 취급해서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