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동 개발 이익 특정세력 전횡때
그 땅에서 살아가야 할 시민들 신음
고통·죽음까지… 독점세력은 환호
1조원의 이익은 토지에서 생긴 불로소득이지만, 그것은 사실 이 사업으로 주택을 구입하게 된 5천900세대가 지불한 돈이다. 한 세대가 약 1억7천만원 정도를 지불했으며 이것이 모여 생긴 1조원의 이익을 투자자들이 독점한 것이다. 만약 국가가 이를 공적으로 개발하여 1조원의 채무를 지고 이를 5천900세대에게 나눠주었다면 개인은 그 정도의 싼 가격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의 돈을 개발과 투자에 능력을 지닌 특정 집단이 전횡한 셈이다. 과연 이 구도는 정당한가?
사회정의란 한 사회가 가진 공동체를 위한 정당함을 의미한다. 그것이 미국식으로 '능력 있는' 개인을 위한 것이든, 또는 최약자를 위한 것이든 여하튼 그 사회가 공유하는 정당함을 지켜내는 과정이 바로 사회정의다. 우리 사회에서 '능력 있음'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개발정보와 투자금 독점이나, 또는 법적 조치를 사유화하는 능력이 아닌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런 능력도 능력이니 이것을 동원해서 이익금을 챙겨가는 것이 정당하다고 말한다면, 그 사회는 어떻게 될까.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이러한 맹목적 '능력주의'가 아닌가?
그 가운데 정치적으로 능력이 출중한 곽상도 의원의 아들은 31세의 젊은 나이에 그 투자회사에서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았다고 한다. 또 어느 '능력 있는' 정치가와 기업인들은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이익을 챙겼다. 이런 사회에서 사회정의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공정함을 기대하는 것조차도 무의미하지 않은가. 그런데 제도를 개선해야 할 정치인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이를 비판해야 할 주류 언론은 다만 대선 전초전이라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사실을 호도하고 진실을 왜곡할 뿐이다. 그들은 이 과정에서 사적 이익을 전횡한 이들과 한통속이 아니란 말인가.
'능력있는' 그들 끝없이 우리삶 파괴
그 체제 해체시켜 시민삶 지켜내야
지금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여당과 야당을 선택하는 데 있지 않다.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도 전혀 중요하지 않다. 아니 매우 중요할 테지만 지금처럼 정보와 법, 언론과 관료체제를 독점하는 세력이 공적 이익을 그들끼리 전횡하는 이상 정치적 지형 변화는 무의미하다. 언제나 그들끼리 적대적 공생관계를 활용하면서 지속적으로 공동선을 나눠 가질 뿐이다.
토지에서 생긴 개발 이익은 그들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가진 공동선이다. 땅은 돈을 만들지 않는다. 다만 땅을 독점하여 이익을 양산하는 체제가 돈을 만들어낼 뿐이다. 그 돈을 특정 세력이 전횡할 때 그 땅에서 살아가야 할 시민들은 신음하게 된다. 시민의 고통은 죽음으로까지 내몰리지만, 기득권을 독점한 세력은 커져 가는 이익에 환호하고 있다. 그렇게 '능력 있는' 그들은 끊임없이 공동선과 우리 삶을 파괴시키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그 독점적 체제를 해체하여 시민의 삶을 지켜내는 정치와 법, 언론과 관료체제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 그것을 위한 절박한 개혁 없이 정의로운 삶은 결코 가능하지 않다.
/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