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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전도사' 안정은 런더풀 대표는 "있는 힘껏 달리다 보면 극한 상황에 도달했을 때 기분이 좋아지고 몸이 가벼워지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느낀다"며 "러너스 하이를 경험한 이후 일상생활에서도 힘든 순간이 있을 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겨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시행하면서 사적 모임, 체육시설 이용 등이 제한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에 시달리는 이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건강 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특히 시간과 장소, 인원에 제약을 받지 않고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운동으로 달리기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안정은(29) 런더풀 대표는 달리기의 긍정적인 영향을 전파하고, 달리기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힘쓰는 일명 '러닝 전도사'다.

안 대표는 "평소 달리기와 관련한 행사를 기획하고 글을 쓰거나 강연하는 등 다양한 일을 하는데 이를 통합해 부르는 직업이 없어 러닝 전도사라는 명칭을 직접 만들게 됐다"며 "러닝 전도사는 러닝을 시작하기 주저하는 사람들과 함께 달려주는 페이스메이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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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대표가 처음 달리기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2016년이었다. 당시 안 대표는 취업이 안 되고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을 느끼던 상황이었다고 한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삶에 매일같이 울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집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던 안 대표는 길을 가던 이웃 주민에게 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이기 싫어 도망가듯 달음박질했다고 한다. 5분 정도 달리고 나니 마음이 안정되고,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날 이후 안 대표는 달리기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려고 하니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다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함께 뛰는 '러닝 크루'를 찾았다"며 "일주일에 한 번씩 수원에서 서울 남산을 찾아가 크루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달렸는데 마음에 위로가 되고, 삶의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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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안 대표의 삶을 완전히 바꿔놨다. 특히 달리기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도전한 풀코스 마라톤에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안 대표는 이야기했다.

그는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문구를 우연히 보고 마라톤을 뛰면 내 인생의 길이 보일 것 같아 도전했다"며 "연습할 때 노력한 만큼 달리는 거리가 늘어나고 기록이 단축되는 것에 대해 성취감을 느꼈고, 마라톤을 완주하는 시각장애인분을 보면서 그동안 핑계를 대면서 여러 가지를 포기한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달리기를 통해 얻은 경험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취업에도 성공했다.

호텔 마케터로 일하게 된 그는 호텔과 관련한 음식, 객실 마케팅을 하면서 '내 인생을 마케팅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삶의 비타민이 된 달리기의 즐거움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안 대표는 그렇게 1년간의 호텔 마케터 생활을 접었다.

안 대표는 퇴사 후 달리기와 관련한 콘텐츠를 고민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달리기와 여행을 결합한 '런트립(Run-Trip)'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달리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있어도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달리기와 관련한 행사 기획·강연… 시작 주저하는 사람들과 함께 뛰는 '페이스메이커'
'인생은 마라톤' 성취감과 반성… 호텔 마케터 생활 접고 여행 결합한 콘텐츠 '아이디어'
지난달 시카고마라톤서 '마스크 없이 풀코스' 함께 뛰는 즐거움 '단계적 일상회복' 반겨
참가비 일부 기부 '119원의 기적 캠페인' 어려운 사람들 도울 수 있어 뛰면서도 힘이 나


국내 곳곳을 직접 다니며 경험한 것을 사진과 글로 담아 달리기 좋은 코스를 알려주면 대중들이 러닝에 친숙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안 대표는 계획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여러 매체에 연재를 요청했고, 한 잡지사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6~7개월 동안 수원, 부산, 울산 등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여행하며 달리기 좋은 곳을 소개했다.

그는 달리기와 관련한 많은 행사를 기획하기 위해 2018년 11월 1인 기업 '런더풀'을 만들었다. 런(Run)과 원더풀(Wonderful)을 합친 회사 이름에는 달리기로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는 안 대표의 의지가 담겨있다. 안 대표가 처음 기획한 런트립은 런더풀의 주요 행사로 자리 잡았다.

그는 "지자체와 연계해 행사를 기획하는데, 해당 지역의 관광지를 달리고 지역 특산물 등 먹거리를 먹으면서 여러 사람이 함께 여행하는 게 런트립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지난해부터 2년째 인천 송도 국제마라톤 대회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경인일보와 인천소방본부,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해부터 송도 국제마라톤 대회에 '119원의 기적' 캠페인을 적용해 마라토너들의 참가비 중 일부를 기부하고 있다. 119원의 기적 캠페인은 참여자가 하루 119원씩 기부해 화재·사고 등으로 생계가 어렵거나 삶의 터전을 잃은 이웃을 지원하는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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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에 열린 2021 인천송도국제마라톤대회 119기적런 업무 협약식.

그는 송도 국제마라톤 대회가 가진 매력에 대해 "자신이 원하는 코스를 선택해 달릴 수도 있지만, 송도국제도시 등 인천의 지역 곳곳의 추천 코스를 찾아가 뛰는 것도 일종의 런트립"이라며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는 자체로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고, 뛰는 동안에도 힘이 난다"고 웃으며 말했다.

안 대표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달리기를 시작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1년 만에 대구에서 런트립 행사를 했는데, 25명의 참가자 대부분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러닝을 시작했다고 한다.

안 대표는 혼자 달리기를 할 수도 있지만, 뜻이 맞는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 함께 뛰는 즐거움이 크다고 생각한다. 안 대표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더욱 반갑게 여기는 이유다.

안 대표는 "지난달 미국 시카고 마라톤에 참가해 마스크 없이 풀코스를 뛰고 왔는데, 미국에서의 경험을 한국에서도 빨리 하고 싶다"며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달리기의 매력을 느끼며 건강하고 긍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 사진/안정은 대표 제공·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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