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든 계획적 살인 도구로 쓰일 수 있는 고농도 니코틴 용액의 불법 유통은 최초 관련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난 2016년 이후 지금까지 여전하다.
온라인에서 불법 판매되는 순도 99.9% 니코틴 원액(2021년 12월7일자 7면 보도=끊이지 않는 '니코틴 살인'… 원액 온라인 불법유통 여전) 이외 과거 밀수입된 '줄기·뿌리 추출 니코틴' 잔여 물량을 원료로 한 제품부터, 천연(연초)니코틴으로 제조해놓고 합성니코틴으로 둔갑한 전자담배용 니코틴 용액 등까지 만연한 실정이다.
2016년 첫 살인 이후에도 불법 만연
3일 오전 화성시 반송동의 한 편의점에 진열된 1회용 전자담배 기기(니코틴 용액 포함) 제품을 확인해 보니 '줄기 니코틴'으로 제조됐음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속하는 연초(담배의 원료)의 잎이 아닌 줄기에서 추출한 원액을 원료로 한 제품이란 표기다.
하지만 국내 유통된 줄기 니코틴 용액은 대부분 사실 잎에서 추출됐으나 줄기에서 나온 것처럼 불법 수입된 사실이 지난 2019년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위 제품을 만든 C제조사도 해당 감사 이후 관세청에 적발돼 세금을 추징당한 걸로 알려진 업체다.
시중 전자담배 소매점에 제품을 유통하는 전자담배용 니코틴 용액 도매업체도 표기와 다른 불법 제품을 팔고 있었다. 수원에 본사를 둔 M도매업체는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속하지 않아 관련 세금은 물론 인허가도 필요 없는 합성니코틴 제품으로 둔갑해 천연니코틴(잎 또는 줄기 추출 니코틴) 제품을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 5곳 성분서 천연니코틴 검출돼
의심 제품들 온라인 곳곳서 판매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외부 의뢰를 통해 M도매업체를 포함한 경기도 소재 5개사 제품(지난해 5~7월 제조)을 성분 감정한 결과 표기만 합성니코틴(RS니코틴)일 뿐 실제 제품에서는 천연니코틴(S니코틴)만 검출된 것으로 지난해 7~8월 나타난 것이다.
밀수입 줄기 니코틴의 잔여 물량으로 의심되는 제품은 온라인 곳곳에서도 판매 중이다. 포털에서 검색 가능한 전자담배 액상 쇼핑 사이트에 가보면 니코틴의 줄기를 뜻하는 '스템(stem)' 명칭의 제품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M도매업체 관계자는 "전엔 줄기니코틴 잔여 물량 제품을 쓰다가 지난 6월부터 합성니코틴 제품을 쓰고 있다"며 "해당 제품에서 S니코틴(천연니코틴)이 검출됐다면 그건 천연이 아니라 합성S니코틴일 것이며 법적 문제가 되지 않는 제품"이라고 해명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