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 임직원 자녀들의 이른바 '채용 품앗이'가 횡행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면접위원 선정 등 일부 채용 절차를 변경했음에도 이러한 현상이 반복돼 농협 임직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20일 경인일보 취재 결과, 경기지역 농협 임직원들이 친인척을 직원으로 채용해 포진시키면서 조합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농협 임직원의 자녀가 직원으로 채용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B농협 조합장 자녀 A농협에 채용
A농협 조합장 자녀는 축협서 근무
지난해 면접위원을 조합이 아닌 농협 시지부에서 선정하도록 채용 방식을 개선했지만 여전히 "특혜 채용이 만연한 분위기"라며 내부 불만이 잇따른다.
경기도 내 A농협에는 지난해 초 안성 B농협 조합장의 자녀가 채용됐다. 최근 A농협에 채용된 직원 중 한 명은 조합 대의원의 조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A농협 비상임이사의 친인척은 이곳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중 지난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고, A농협 이사의 자녀는 농협 산하 하나로마트에 계약직으로 채용됐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A농협 조합장 자녀도 도내 한 축협에서 무기계약직으로 근무 중이다.
계약직 입사후 무기계약직 전환도
"면접서 누군지 안 밝혀도 다 알아"
농협 내부에선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A농협의 한 조합원은 "조합장 자녀들의 채용 특혜 의혹이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며 불만을 표했다.
경기 지역 한 농협 직원도 "면접 때 조합장, 총무, 상무 등이 들어간다"며 "채용 과정에서 누구 자녀인지 밝히지 않더라도 서로 다 안다"고 했다. 이어 "직원들 사이에서는 들러리를 세워 두고 짜고 치는 것이라는 소문까지 돈다"고 말했다.
B 조합장 "정당하게 합격 했지만
자녀라서 오히려 힘들어 해" 부인
반면 A농협은 일련의 의혹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시지부에서 면접위원을 선정하는 등 채용 방식이 바뀌었다"고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해당 시지부에서는 "공개경쟁을 통해 직원들을 투명하게 채용한다"면서 "다만 계약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A농협에서 직접 관리 한다"고 말했다.
A농협 조합장은 직접 찾아갔지만 취재에 응하지 않았고, B농협 조합장은 "아이가 농협에 취업하려고 농협대를 갔고 시험 봐서 정정당당하게 합격했다"며 "조합장 자녀라는 이유로 오히려 자녀가 힘들어하고 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김영래·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